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올해 사순시기 담화는 특별히 오늘날 가장 중요하면서도 사라져가고 있는 덕목인 형제애의 유대를 회복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교황은 담화에서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영적인 차원에서의 이웃과 형제자매들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랑에 바탕을 둔 ‘타이르는 교정’을 권고하고 있다.
교황은 “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히브 10, 24)라는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한 이번 담화를 통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계명이 그리스도인들의 예언자적 소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교황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조차 ‘사생활’ 존중이나 개인의 ‘자유’라는 허울 아래 선과 악에 대한 무감각과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에 빠져 있기 때문에, 개인과 공동체의 성화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랑이 가득한 ‘타이르는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교황의 이번 담화가 특별히 극도의 개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서구사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타인의 생활에 대한 철저한 존중, 혹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모든 것을 정해진 법 규정들에 따라서 서로 간섭하지도 간섭 받지도 않으려는 서구 현대 사회의 경향이 지닌 부정적인 면모에 대한 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도 그러한 극단적 개인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우리들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일종의 삶의 지혜, 혹은 처세법으로 치부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거리나 늦은 지하철에서 치한으로부터 괴롭힘을 받는 사람이 있을 때 나서서 만류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교육 현장에서의 왕따를 비롯한 폭력적 행위들은 이제 법으로밖에는 만류할 방법이 별로 없어 보인다.
‘타이르는 교정’은 단지 개인적 차원의 권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치 권력에 대한 비판적 감시, 부패한 사회 지도층에 대한 고발, 타락한 대중문화 현상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표명, 노인 공경이나 효경사상 등 잃어가고 있는 전통적 가치의 회복을 위한 노력 등이 모두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예언적 소명과 관련된 이웃에 대한 책임 수행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성화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 “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과 선행을 하자”는 교황 담화의 권고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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