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험관 아기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다태아(多胎兒) 임신에서도 태아 살인이 선택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는 새해 벽두부터 우리를 슬프고 경악케 한다.
대구 매일신문의 보도(1월5일자)에 따르면 산부인과 병원들이 시험관 아기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최고 10개 정도의 체외수정란을 모체 자궁 내에 주입, 다태아 임신을 유발하고 있는데, 세 쌍둥이 이상일 때 선택적으로 태아를 죽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후발병원에서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번에 10개 이상의 체외수정란을 주입, 최고 8쌍의 태아임신까지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세 쌍둥이 이상의 다태아 임신이 30~40%에 달하자 2~3개월 된 태아를 약물주사 등으로 사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대구대교구 사목국이 다음날 즉각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한 선택적 태아살인에 대한 경고와 우리의 결의」제하의 성명서를 발표, 정부와 의료인들 그리고 모든 가정에 대해 그 책임과 의무와 역할을 다시 천명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처로 여겨진다.
우리는 여기서 다태아 임신이 빚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묵과할 수 없다. 그것은 2~3개월 된 태아 곧 인간을 공공연히 죽이는 살인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다태아 임신의 경우 두세 쌍둥이를 제외한 나머지 태아는 모두 죽여 없애기 때문에 태아 사망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의료인들과 시술자들의 윤리ㆍ도덕심에 내맡기지 말고 살인을 막기 위한 강력한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 낙태나 다태아 살인의 경우 여아가 희생되는 것이 통례인데 이는 살인 그 자체의 문제 외에도 남녀성비(性比)의 심각한 불균형도 초래하고 있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983년 출생성비가 107.4로써 자연적 출생성비(105)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10년 후인 93년에는 115.6으로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여아들이 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교회가 수 십 년 전부터 그토록 강한 반대와 경고를 해왔음에도 불구, 낙태나 시험관아기 시술, 대리모 등이 끊이지 않고 이제는 인간복제 실험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교회는 생명을, 그것도 전혀 무방비ㆍ무능력의 태아를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생명을 수호하는 일이 이 세상의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인류를 복음화하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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