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학입시날에도 어김없이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뜨뜻 미지근하고 숭늉 같기만 하던 겨울날씨도 시험일은 용케 알아맞추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대학 시험일은 강추위가 몰아치는 날이라고 자신있게 점쳐왔고 또 대충은 그 진단이 맞아주었다.
겨울 날씨가 추운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안 춥다고 해도 안 추운 날보다는 추운 날이 많았고 그래서 대학입학 시험날은 추운 날 치러질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겨울철 이상난동현상이 수년째 계속되어 온 상황에서 보면 입시날 강추위가 몰아치는 것은 어쩌면 한국적 숙명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 되기도 한다.
날씨가 추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학 입시철 우리가 느끼는 추위 속에는 다분히 기분적인 것이 보태졌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이 춥다는 것이다. 내 아들이, 우리 딸이, 대학이라는 엄청난 관문을 뚫기 위해「용」을 쓰는 바로 그 안타까운 날,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 붙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입시철, 대학 문밖에 서서 추위에 떨고 안타까움에 떨면서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들이 텔레비전에 비춰질 때마다 우리 어머니는 딸의 대학 시험일을 떠올리시곤 한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떠올리곤 하는 어머니의 기억은 그 넓은 운동장을 수도 없이 돌고 또 도셨다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룬다. 로사리오 기도들 바치면서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운동장을 기도하며 돌았던 어머니는 그래서 오늘의 어머니들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가깝게 이해하고 계셨다.
올해도 변함없이 무섭도록 치열한 대학입시가 강추위 속에서 치뤄지고 어머니들의 뜨거운 기도 역시 똑같은 그림처럼 비춰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과연 우리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반듯하고 정의롭게 자라도록 이렇듯 간절히 소망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자식 가진 부모치고 자식 바르게 되라고 빌어보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 어느 국민들보다 알뜰한 우리의 경우 자나깨나 자식걱정이 태산이라는 말은 흔하디 흔할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고 산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들의 그 기원은 대학 잘 가는 것으로 귀결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교육의 최종 목표가 마치 대학 잘 가는 것인양 자연스럽게 인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공부만 잘 한다면 버릇없는 것도 용서가 되고 1등만 한다면 웬만한 잘못쯤은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식의 교육관이 어느새 우리 의식 깊숙히 자리해온 것이다.
『그저 공부만 잘 해라!』지난 수십 년간 우리 선배들과 우리가 들으며 자란 말이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 개혁의 성패에 따라 우리 후배들 역시 듣고 자라야 할 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발표되고 추진되고 있는 교육 개혁안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려 마련한 교육 개혁안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선택이라는 점에서 그 비중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개혁안에는 대학입시 전형제도의 개혁을 비롯 초, 중, 고등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학 전형제도와 초 중 고등학교 교육의 개혁은 닭과 달걀의 논리 안에서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 둘은 결코 떼어서는 생각할 수가 없고 어느 한편만이 변화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바로 그 점에서 대학입시제도와 초 중 고등학교 교육의 개혁은 같은 선상에서 논의되고 함께 준비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교육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마땅히 전인교육일 것이다. 그것은 지식을 채우는 창고로서가 아니라 따뜻한 인간, 정의롭고 사랑이 넘치는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곳으로 교육현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첨병은 역시 가정이다. 가정이 협조하지 않으면 교육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 일각에서도 마침 청소년 사목에 대한 관심이 피어나고 있다. 청소년 및 젊은이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 교육개혁과 맞물린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그 동안 2천년대 복음화의 노력에서 소외 되어온 청소년, 젊은이들을 복음화의 새로운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밝힌 서울대교구의 사목교서가 특별히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물론 우리 교회가「젊은이들을 위해 아무리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는 생각이 팽배해질 때 우리의 미래는 틀림없이 밝을 것이다. 왜냐하면 『젊은이들을 잊어버릴 때 교회는 널려있는 보물을 잊어버리는 것이요. 젊은이들을 잃어버릴 때 교회는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 96년도 사목교서중)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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