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능력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학원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거리가 텅 비어 보인다. 교육부에서 새로운 입시제도를 발표하고 대학 입학의 폭은 넓혔다고 하지만, 96년에도 이 거리는 여전히 대입에 재도전하는 학생들로 메워질 것이다.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젊은이들이 노량진 구석구석에 있는 독서실에 둥지를 틀고 분주하게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할 것이다. 또 다시 오락실은 아침부터 시끌끌벅적하고 당구장은 담배연기로 가 득하고 골목골목에 있는 식당은 발디딜 틈이 없고 노래방도 비디오방도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그들을 유혹할 것이다.
새로운 공사중인 건물에는 아마도 지하에는 노래방 일층은 오락실 이층은 당구장 삼층은 비디오방이 들어설 것이다.
이 거리는 어느 한군데 편히 앉아 머리를 식히고 안정을 찾을 여유가 없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부를 하는데서 오는 불안과 초조함을 유흥장에서 쉽게 돈으로 해소하려고 한다. 시작할 때 가진 결심과 의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고 자포자기하는 자신을 직면한다. 그것을 잊으려 아무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를 흐느적거리면서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안쓰러웠다.
수능시험을 보고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상담터를 들른 어느 친구가『수녀님, 노량진에서 일년을 오로지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산에서 도를 닦는 것보다 더 어려웠어요. 다시 하라면 못하겠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올해에는 대학을 가고 싶어요. 그래도「까르딘」을 알게 되어 좋았어요. 이곳에 많은 친구들이 와서 편안하게 쉬고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러한 거리에 자리잡은 까르딘 청소년 상담터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편안함과 용기를 주고, 노량진에 따스함을 밝히는「터」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새해의 첫 기도로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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