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에게도 당신과 같은 넓은 마음을 구하여 주소서. 비오가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고 있습니다. 비오에게 절제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여 주시고 그래서 저희 부부가 서로 좋은 모범을 보이며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게 도와주소서』
저는 이렇게 주께 구하면서, 평일미사도 부득이 한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고 병자나 외로운 사람들을 방문하면서 나름대로 신앙생활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의 교만이고 자만심이었습니다.
그동안 주일신자로 미지근한 신앙생활이지만 옛날에 비하면 새사람이 되었다고 감사하며 살았던 남편 비오가 갑자기 주일미사를 거르더니 아주 방학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것뿐 아니라 제가 묵주기도 드리는 모습도 보기 싫다고 소리 지르며 저의 신앙생활까지도 못마땅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성당에 나갔기 때문에 이사야가 죽었다고 원망할 때는 나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저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뿐만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면서 저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듯 했습니다. 아무리 정성 드려 차린 밥상을 받고도『이걸 사람 먹으라고 차려왔어?』하면서 숟가락을 내던지고 나가면 하루 종일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부부가 만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하느님을 만나 새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저는 다시 하느님께 매달렸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악의 유혹에 빠져 방황하는 비오를 가엾이 보시어 그의 마음을 바꾸어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 부부에게 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하느님은 저에게 남편의 어떠한 말이나 행동에도 흥분하거나 화내지 않고 참아내며 기도와 인내로 따뜻이 대할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생활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 점검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10년 가까운 세월을 주일이나 지키고 있는데 저 혼자 너무 열심히 뛰어 다닌게 남편에게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정말 문제는 저에게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세와 동시에 단체에 가입하여 지금까지 14년째 성모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남편 비오에게는 단체 권유를 한번도 안 했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도도 혼자서만 열심히 했지 남편과 함께 앉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이에게 있어 신앙은 기쁨이고 즐거움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독자 글ㆍ시ㆍ만평ㆍ사진 환영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