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4일, 나는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정신대 피해 여성을 위한 미사를 봉헌키 위해 일찍 성당을 출발했었다. 미사를 집전키 위해 오실 신부님들이 많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빗나갔고 제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당혹감 마저 들었다. 나라를 짓밟고 우리의 귀한 딸들을 강제로 끌어다 윤간한 인간들을 성토하고 그들의 반인륜적인 잘못을 인식시켜 주며, 정신대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달래주고, 위로하며, 빼았겼던 인권을 되돌려 받게 해보려는 그 미사는 시국미사 못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였다. 주최를 누가 했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정신대 문제만 나오면 이 땅의 남자로서 여성들에게 미안한 감을 금치 못한다. 남자들이 오죽 못났으면 자기 나라의 여자들을 남의 나라 남자들에게 빼앗기는가 말이다. 그러면서도 남자의 체통이나 따지면서 남존여비의 사상을 계속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 가소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일본이 패망한 지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에 17~19세 군인들은 이젠 67~69세의 노인들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 중 한국을 방문하여 소위 기생관광을 한 자들은 없을까? 나는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아무리 정신대 여성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의 피맺힌 한을 달래주고 일본정부의 사과를 받아낸다 한들 버젓이 그들은 돈을 흔들어 대면서 정신대 피해 여성의 손녀딸들을 돈주고 윤간 하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 할머니와 딸 혹은 손녀 딸까지도 돈을 앞세워 유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95년 11월25일자 중앙일보를 보면 부산에 있는「천항원」이라는 관광요정에서는 일본남자들을 불러 들여 지난 7월초부터 1 천5백여 명의 기생관광을 알선했다 한다. 그 이외에도 많은 요정이 기생관광을 알선했다니 어찌 분통터지는 일이 아닌가!
돈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것이 오늘의 시대상황이다. 돈을 빼앗으려고 어린 학생들이 눈에 쌍불을 밝히고 깡패집단에 들어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윗물이 썩어서 아랫물도 썩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정신대 여성을 그토록 인권유린하고 참혹하게 만든 일본인에게 우리의 귀한 딸들을 돈 몇 푼에 팔아 넘긴단 말인가!
처참하고 참담한 우리의 현실을 가슴 아파한다.
그뿐인가! 미군들이 주둔하는 곳에서 몸을 팔고 살아가는 우리의 귀한 딸들은 또 얼마나 되는가!
나는 여성들이 힘을 내기를 촉구한다. 우선 거리의 여성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했으면 좋겠다. 만일 그들 중 인신 매매단에 의해 그곳까지 왔다면 기필코 그들을 팔아 넘긴 이들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들 중 다시 새로운 삶으로 가고 싶어하는 자들이 있으면 외국인 근로자들에 앞서 우리의 딸들이 살길을 올바로 찾아주도록 여성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나라대로 일본인들에게 몸파는 장사를 알선하는 모든 여행사나 관광업소들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교회도 그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자들은 절대로 그런 곳에서 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백히 밝혀야 하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정신대 여성의 피맺힌 한을 그 뿌리까지 치유해 주는 일일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