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여 「컴퓨터시대」다. 아니 전자 정보 시대다. 매일처럼 쏟아지는 컴퓨터의 새 기종들은 매일 놀라운 신(新)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 달 전 구입한 컴퓨터가 어느새 구식 모델이 되어버리는 것이 다반사이고 보면 오늘 구입한 컴퓨터가 포장지도 뜯기 전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날도 미구에 닥칠것 같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별 2호가 제 기능을 다 한다면 우리 사회안에서 멀티미디어, 뉴 미디어 시대의 가속화는 불을 보듯 확실하게 진행될 것이다. 화상 미디어의 총아 텔레비젼의 난(難)시청 문제가 해결될 것은 물론이려니와 위성방송에, 화상 (畵像)전화, 핸드폰의 불통 문제까지도 말끔히 해소해 줄 수가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진정 정보시대다. 매일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을 신속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선 점잖치 못한 표현을 빌리자면 「눈알이 팽팽 돌아간다」. 샐러리맨들이 커피 한 잔 받아놓고 신문과 잡지들을 여유 있게 감상하던 시대는 이미 「좋았던」과거지사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기업의 입장에서만 볼 때 총알처럼 지나가는 정보들을 제때에 파악, 분석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이미 정보전쟁에서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신병기(兵器)만 잘 이용하면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바티칸의 온갖 값진 문서들도 열람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앉아서 천리를 본다」는 옛말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다. 앉아서 멋진 미술품들을 감상하고 쇼핑까지 안방에 앉아서 마음대로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부분적으로 실용단계에 와 있는 화상회의 장치가 보편화 되고 컴퓨터 작업을 가정에서 완벽하게 처리할 수만 있다면 재택(在宅)근무의 일반화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벌써부터 컴퓨터게임을 운동 삼아 성장해 왔고 그 아이들이 주도하는 사회 속에서 모든 운동은 컴퓨터로 대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뜻 생각하면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과 20년 전만 뒤돌아 보면 깜짝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덧 미래학자들이나 공상과학 소설가들의 상상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백년 앞 미래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지금 그리는 상상 속에서 살게 될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 미래는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인류문명의 발전속도는 앞으로 나아갈수록 가속이 붙어왔고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구미 선진국들이 1백여 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후발국들은 불과 30여 년 만에 성취해냈으며 그 속도에 이젠 멈출 수 없는 엄청난 가속이 붙어버렸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류문명의 발전은 그 만큼 파괴를 동반했다는 사실이다.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아니 그를 앞질러 인성의 파괴, 자연의 파괴, 질서의 파괴 등이 더불어 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은 뉴 미디어 시대를 영접해야만 하는 이시대 우리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쇼핑도 앉아서 하고 직장에 나갈 필요가 없으며 운동까지 컴퓨터로 대신 한다고 한번 가정해보자. 친구조차 화면을 통해 만나는 것이 보편화되는 상황을 현실로 가져와 보자. 우리는 전혀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게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칼로리가 필요치 않게 된다. 칼로리가 필요치 않는다면 우리는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단지 단추를 누를 손가락 하나 움직일 정도의 칼로리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상과학 만화속에서 그려지는 미래 인간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못 다르다.
「머리는 아주 크거나 아주 작고 몸통은 아예 없는것 같으며 손가락만 비 정상적으로 커다란」등등이 그들이 예상하는 미래인간의 모습들이다. 지극히 엉뚱한 발상인 듯 하지만 그들이 그리는 미래 인간의 모습은 지금 우리 상황 속에서 상상해본다면 그리 낯설지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생각해주는 기계가 따로 있으니 머리를 쓸 일이 없을 것이고 단추를 누룰 손가락 힘만 필요하니 몸통 역시 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다리 역시 튼튼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모든 인간의 머리에는 반드시 커다란 산소마스크가 달려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이 파괴한 자연, 그로 인한 대기 및 환경오염 속에서 살아갈 우리 인간들에게 미래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산소마스크」가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맞이해야 할 가장 큰 두려움은 아마 외로움 일지도 모른다. 괴상한 모습의 인간 외형이야 먼 훗날에 맡겨둘 일이라 하더라도 인간 소외현상은 이미 우리 코앞에 닥치고 있는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차 한 잔 나누며 수다 떠는 「작은 행복」들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단연코 그런 미래는 거부하고 싶다. 2천년대를 맞기 위한 우리 교회의 준비는 그래서 외롭지 않은 인간, 인간성 회복에 두었으면 싶다.
<취재국장>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