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행 전철을 타고 30분쯤 가면 전철이 넓은 호수에 부딪혀 왼쪽으로 구비를 튼 곳에 부곡역이 있다. 왼쪽으로는 작은 동네가 있지만 오른쪽으로 웬일인지 몇몇 농가와 나지막한 야산뿐이다.
한갓진 시골 읍내 같은 2차선 길 건너편엔 역시 촌스런 「역전다방」이 먼지를 잔뜩 얹고 서 있는데 누가 저런 다방에 갈까? 하며 오래 참았던 볼일을 보기 위해 두리번거리니 조그만 역사 뒷마당으로 통하는 입구에 표지판이 있다.
한 오십평이나 될까. 마당에 들어서면 눈은 자연스레 열 갈래가 넘게 펼쳐진 철길과 그 위에 수평으로 드리운 전철 전선지 지대에 쏠린다. 구로역보다 더 많이 겹쳐진, 기하학적 무늬가 더 깊이 새겨진 하늘이 보인다. 눈을 들면, 하늘은 참 툭 트였다. 4층 연립주택이 늘어선 골목의 하늘보다 몇 배나 클까? 왼쪽 눈가에 와닿는 2층짜리 역사건물 때문인지 텅빈 들판 같은 불안감은 스며나지 않는다.
이게 설치미술이지 뭐. 오가는 기차와 야산, 하늘, 그리고 이 넓은 역이 몽땅 빨려드는 듯한 저 건너 푸른 물을 굳이 뭐라 표현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잘 그려도 그것은 어리석은 용기와 집착일 뿐이다. 혼자 가질 수 없다.
언젠가 이 조그만 2층 역사가 프랑스식 노천 카페로 될 듯한 환상이 떠오른다. 이 마당엔 탁자와 파라솔을 놓고, 아니 눈을 가리는 파라솔 보다는 투명한 유리지붕을 덮고 손님들은 서로 마주앉지 않고 늘 나란히 앉을 것이다.
이번 겨울엔 굳이 멀고 먼 곳만 찾지말고 이곳에서 한 반시간 남짓 지내볼만하다. 아직은 카페가 없지만 자판기 커피도 좋고, 특히 해질 무렵 혼자와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집필해주신 김은숙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주부터는 박준영씨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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