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국내 종교인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일로 여겨진다. 우리 교회의 김수환 추기경을 포함,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6대 종교 지도자들이 지난 1월15일 한자리에 모여 북한 수재민 돕기를 결의하고, 구호활동에 전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선 것은 보기에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들 종교인들은 지난해 10월 결성된「범종단 북한 수재민 돕기 추진위원회」를 통해 이 운동을 추진하게 되는데 이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1차가 2월20일까지이고, 2차는 금년 하반기 추수때까지로 잡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위원회에서는 성금과 식량, 분유, 의약품 등의 구호물자를 모아 북측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종교계가 북한 수재민 돕기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어떠한 정치적 이념이나 체제 등을 초월해 우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종교 본연의 자세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7, 8월의 집중폭우로 북한의 12개 시, 도의 1백 45개 군에 이재민 5백20만명에 1백52억불(한화 1조 2천여억 원)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피해로 10만 세대 50만명이 가옥과 생활수단을 상실, 긴급구호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식량과 겨울옷, 담요 등이 가장 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호흡기 등의 각종 질환과 식수오염을 처리할 의약품 및 구호물자를 운반할 차량과 연료, 학생들의 학용품 등도 못지않게 시급한 필요품들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미 지난해 9월 쌀 10만톤을 북한에 제공한 바 있지만 그 당시 북한의 태도와 그 이후 국제 및 국내 정치역학관계에서 쌀 지원이 중단돼있는 상태이다. 정부는 현재 북한이 구호식량을 군량미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보장과 북한의 화학무기 포기협상 개시, 그리고 북한이 한국정부에 직접 쌀 지원을 요청할 것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북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피해를 보는 쪽은 북한 주민들이기에 그들을 그냥 추위에 굶어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 종교인들의 입장이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우리 가톨릭은 교황청의 재산관리처 차관 첼리 대주교가 북한에 인도주의적인 원조를 위해 1월14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거쳐 평양을 방문했으며, 한국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인 박석희 주교는 최근 해외원조를 위해 사용되는 사회복지주일 2차 헌금의 일부를 북한 주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금 북한의 동포들은 추위와 배고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특히 우리와는 한 핏줄의 형제자매를 외면하고서는 그 어떤 사랑이나 나눔도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크리스찬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