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등지고 산야에 묻혀 사는 청빈한 선비나 기인들이 오랫동안 가난하고 천하게 살면서 말로만 인의를 운운함도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사기 화식열전 제69).
사기열전을 책상 머리에 두고 읽은 지 20년만에, 이 구절을 갑자기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웬일일까? 사마천은 무엇을 경계함인가?
사기를 쓴 태사공 사마천은 이 화식열전, 그러니까 부자들 이야기에서 모든 인간의 행동은 근본을 따져보면 결국 부귀를 좆는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크게는 정치는 인민을 배불리게 했을 때 성공했으며 작게는 칼가는 기술로 일신을 편안케 했음을 드러낸다. 화식열전에 거론된 부자들은 『정치를 해치지도 않고 백성을 방해하지도 않으며 때에 따라 팔고 사서 재산을 늘렸다』고 한다. 인의를 논하는 자의 허실도 개인과 국가의 부유함으로 증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마천은 『못은 깊어야 고기가 있고, 산은 깊어야 짐승이 있듯이, 사람은 부유해야만 인의가 따른다』고 설명한다. 뿐인가 『무릇 공자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제자 가운데 가장 부자인)자공이 공자를 모시고 따라다녔기 때문』이라고 까지 말한다.
어찌 사마천이 부귀만을 귀하게 여겨 이렇게 말했겠는가? 그는 인과 의를 외치는 허와 실을 규명하여 인과 의가 진실로 말만이 아닌 현실로 이뤄지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의를 필생의 목적으로 삼으며 부를 쌓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부와 인의가 따로 노는 세상이므로 약간의 인기를 잃었다고 자살하고, 약간의 돈을 벌려고 함부로 인의를 저버리며, 얕은 지식으로 부귀를 사려고 혀를 놀려 세상을 속인다. 또한 입에 인의를 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자만하는 바리사이가 사방에 가득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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