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계속 하느님께 기도드렸습니다.
『이제 저희는 어떠한 부자도 부럽지 않습니다. 당신을 믿는것 자체가 무한한 부자이고 행복입니다. 예수님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떠한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 예수님 따라 가겠습니다』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추억도 아름답게 살지 못한 지난날의 고통도 남편 때문에 제 가슴속에 품었던 미움의 감정도 이제 모두 옛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아직 하느님을 모르고 살았더라면 지금도 고통스럽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특별히 선택받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하느님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이웃과 더불어 이웃에 모범을 보이며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희망과 의무를 동시에 느껴봅니다.
이제는 저희집 삼남매도 모두 성인이 되어 작은 딸 알로이시아는 좋은 배필을 만나 떡두꺼비 같은 외손자를 안겨 주었고 큰 딸 안젤라도 같은 본당에서 성실하기로 소문난 청년과 혼인을 해서 보금자리를 차렸습니다. 또 보기만 해도 든든한 아들 다니엘은 『이제 우리 집은 제 어깨에 달려 있어요. 어머니 아버지 편히 모실 테니 걱정 마세요』하면서 성당에서는 전례를 맡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우리 가정이 이렇게 평화로워진 것을 이사야도 무척 기뻐하겠지요? 때때로 이사야 생각이 나지만 하늘나라에서 행복하리라 믿으며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삽니다.
올해로 결혼생활 31년, 이제 제 나이도 쉰 다섯입니다.
앞으로 남은 여생은 주를 위하여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삶을 살기로 하느님 아버지와 약속하면서 오늘은 조용히 앉아 그동안 적어 온 신앙일기를 꺼내어 읽어보았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전에는 고생과 눈물의 긴 세월이었지만 지금 되돌아 보는 세월은 짧게만 느껴집니다.
우리 부부 이제 하느님과 함께 기쁘게 살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고 제대로 사랑을 주지도 못하고 키운 삼남매는 주님의 보살핌으로 비뚤어지지 않고 잘 커서 어엿한 성인이 되어 형제간에 우애 나누며 하느님의 아들 딸로 아름답게 살고 있으니 이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겠습니까?
저의 신앙일기 중에서 몇 편을 여기 옮겨 볼까 합니다.
1992년 2월23일
『예수님! 찬미 받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하얀 눈이 살짝 내려와 앉아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초록색 저고리 남색치마 예쁘게 차려 입고 비오와 함께 설레이는 마음 안고 성당엘 갔습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권 신부님께서 교구청으로 가시고 오늘 조 벨라도 신부님께서 새로 부임해 오셨어요. 저희들은 기쁘게 환영하며 영성체도 신부님을 위해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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