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법정 내에서 재판 도중 무선 호출기(삐삐)나 무선 전화기(핸드폰)의 작동음이 울릴 경우 벌금 1백만원 또는 감치 20일의 처분을 받게 된다고 한다. 대법원은 1월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법정에서의 방청인 등 준수사항에 관한 예규」를 마련, 26일부터 전국 각급 법원에서 시행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법원이 이처럼 강력하게 삐삐나 핸드폰을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작동음들이 재판의 진행을 방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곧 신성한 법정에서 모든 이들의 이목이 판ㆍ검사나 변호사 또는 피고나 원고의 「말」에 집중돼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그 음들은 엄숙하고 경건한 법정분위기를 일순간 흐트러 놓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법원에서는 그동안 누차 재판 도중 그 음들이 울리지 않도록 방청인들의 주의를 환기시켜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게 되자 벌칙을 만들게 된 모양이다. 결국 방청인들의 부주의나 무성의 무책임 등이 처벌을 자초한 꼴이 되고 말았다.
무선 호출기나 무선 전화기의 작동음은 우리 교회에도 적지 않은 문제거리로 부상되고 있다. 성당 안에서 미사가 한참 진행중일 때 그 작동음이 울리게 되면 전례집전 사제나 신자 모두가 순간적으로 방해를 받게 된다. 전례가 일시 중단되기도 하고 하나로 모아졌던 마음이 흩어져 기도분위기를 깨뜨리기도 한다.
주지하는 것처럼 성체를 모시고 있는 성당은 신자공동체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다른 성사를 받고,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모이는 「거룩한 집」이다. 이 성당에는 항상 나 아닌 이웃, 곧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공동체에서는 공중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성당에 한 주일에 한번 미사참례하러 나오면서 삐삐나 핸드폰을 그대로 갖고 나와 미사 중에 울리게 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과연 한 시간 남짓 소요되는 미사시간도 자유롭지 못할 만큼 그렇게 상황이 급박하거나 긴급을 요하는 일 때문인가, 아니면 습과적인 휴대로 미사때도 소지하고 있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기 때문일까. 아마도 거의 1백%가 후자쪽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삐삐나 핸드폰을 성당에 갖고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일 잊고 성당에 갖고 갔다면 미사 전에 반드시 작동을 정지시켜 두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원처럼 강력한 처벌은 못하더라도, 「삐삐 핸드폰 일시보관소」라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여겨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미사의 은혜를 풍성히 받기 위해서는 내적 준비와 함께 외적인 준비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성당에서도 반드시 삼가한다는 자세를 갖는 일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