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표변했다」고 하면 갑자기 얼굴색을 바꾸고 말을 뒤집었다는 뜻인데, 원래는 「군자는 표변(彪變)하고 성인은 호변(虎變)한다」고 한다.
군자는 표범 무늬가 치밀한 것처럼 시세와 이치를 따져가며 흠없이 변신하고, 성인은 호랑이 무늬가 깨끗한 것처럼 시속이나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이 불 듯 길을 바꾼다는 것이다. 소인배는 자잘한 이해관계를 따라 끊임없이 바뀌니, 무늬축에 끼지 못하고 이변(利變)이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인재와 퇴물을 구분하기가 참 어렵다. 변화해야 할 세상에 옮기는 것만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안좋다. 이런 기준은 어떨까?
첫째, 당선만을 위해 당을 옮기거나 공천은 받았으되 그 과정에서 여차하면 했던 경우. 당에 참여할 때의 정책적ㆍ소신과 공동체적 책임은 가볍게 여기고 금배지만 무겁게 여겼으니 소인의 이변이다. 당선만을 위해 소신없이 한 정당에 남은 것도 실은 똑같다. 그 수가 괘씸할 정도로 많다.
둘째, 뜻은 높으나 자리가 좁아 몸을 굽히는 경우. 평소의 명분과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일단 힘있는 자리에 앉아야 뭐든 할 것이 아니냐고 스스로 옹호하는 경우다. 이들은 결국 힘의 논리에 코가 꿰인 것이지만 크든 작든간에 표변이다. 두 자리 수는 된다.
셋째, 좀 멍청하게 말을 타는 경우. 대체로 지역바람이 강한 곳에서 바람을 거슬러 소신을 지키는 이들은 어쨌든 호변격이다. 공자는 도둑에게도 성(聖)이 있다고 했으니 정치계의 성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손가락 꼽을 숫자인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손가락한테 미안하진 않다.
원래는 대도무문, 마음을 비웠다는 것이 성인데, 속다 지쳐선지 이런 멋진 정치 진짜로 한 번 보고 죽고 싶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 세상이거든.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