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광 핵발전소 5ㆍ6호기 건설을 두고 영광 군수가 건축을 허가했다가 전격 취소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중앙의 일부 방송과 언론들이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지방 자치단체의 행정이 국책사업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언론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에 고무된 한국전력은 행정심판과 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영광 핵발전소 문제를 조금만이라도 성의있게 들여다보면 영광만의 문제가 아닌, 그리고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민족 생존의 문제이며 온 나라의 문제임을 인식할 수 있다.
지역민과 광주 전남의 50여 시민ㆍ환경ㆍ종교단체에서 영광 핵발전소 5ㆍ6호기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데 있다. 핵발전소는 현재 세계에서 사양산업이며, 해체방법이 없어 미국과 일본도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를 폐로하지 못하고 있고, 설령 폐로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폐기물을 후손들에게 수만년 동안 관리해야 하는 위험이 구체적으로 존재하며, 더욱이 검증되지 않은 채 무리한 설계로 짜집기 한 한국형,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 안전 불감증과 만연한 부실공사, 군사독재시절의 병폐인 밀어부치기식 공사 추진 등은 더 이상의 건설을 반대하는 필연의 이유이다.
또한 이렇듯 위험 요소가 도처에 산재된 현실에서 핵발전소는 체르노빌처럼 일단의 사고로 한반도 전체를 오염시키고 파괴시킬 수 있다. 더욱이 사고로 방출되는 방사능은 일반적인 환경파괴의 문제를 떠나 수천년이 지나도 정상적으로 복원할 수 없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둘째, 영광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환경오염의 범위가 타 지역에 비해 막대하다. 영광 1ㆍ2호기 가동만으로도 울산이나 광양만 처럼 여타의 공장하나 없는 영광 앞바다가 국내 연안에서 가장 심각하게 오염돼 있으며, 3ㆍ4호기의 가동으로 그 피해 범위가 예측할 수 없다.
셋째, 한전과 정부의 원칙없는 행정과 대체 에너지 개발 보다는 핵발전에만 의존하는 전력정책의 전환이 없다는데 있다. 현재 국내의 전력은 실제로 남고 있으며, 40% 정도에 그치는 효율을 올린다면 핵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절전 생활화도 요구되지만 정부에서도 63빌딩과 롯데월드 등 도시 한 곳과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곳들에 대해 적절한 통제를 통하여 에너지의 낭비 요소를 줄이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혜택받는 사람들의 웃음보다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민들의 고통과 눈물을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넷째, 정부와 한전의 정책과 시행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지난 해 인천 앞바다 덕적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한다고 했을 때도 언론보도의 내용은 늘 정부와 한전의 안전논리를 집중적으로 전달했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제기했던 지질학적 문제로 핵폐기장 건설 계획은 철회됐었다.
방사능은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으면서 우리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있다. 우리가 기준치라는 허울 아래 여러 경로를 통해 인체 내에 방사능을 축적해 간다면 우리의 건강은 보장받을 수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광 핵발전소 문제는 지역민이 혐오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핵발전소의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며, 국가 전력사업의 일대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다. 한전은 그동안 경제발전을 위한 전력공급과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군사독재 치하에서 각 부처의 이의 없는 일방통행만으로 전진을 거듭했다. 세계적으로도 사양산업인 핵발전소를 국내에 유독 대량으로 건설하려는 계획은 이미 군사독재시절의 부산물임을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1기에 1조5천억원의 두 배인 3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일본과 비교해 봐도 기술적인 면을 포함해 부실공사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전력이 지나치게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응하지 못할 소지가 많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한전은 국가 기간 에너지인 전력 생산을 다변화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교회는 이미 이러한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폐해를 경고하고 신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신자들과 국민 모두 전기 에너지 절약의 지혜가 더욱 요청되어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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