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겨울방학이면 늘 산 너머 재 넘어 나무하러 가곤 했다. 동네 동무들과 함께 갔었는데 산에 올라 가다가 목이 마르면 골짜기에 얼어 붙은 고드름을 따 먹었다. 어떤 날은 토끼도 보고 또 어떤 날은 재 넘어 노루를 발견하고는 우리 모두 소리를 지른다. 그때 동무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보고 싶어진다. 재 넘어 끝에는 지금의 경주 보문 저수지가 있었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최근의 말라붙은 보문 저수지를 보면 너무 황폐해 슬퍼진다.
난 나무하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낫으로 억새풀을 베고 깔구리로 끌어서 차곡차곡 동을 만들어 나무짐을 보기좋게 쌓아야 하는데 동이 늘 부족하였다. 그래서 소깝(소나무)으로 부품하게 치장하여 재 넘어로부터 내려왔다.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삼사십리를 걸을 수 있었던 행복을 지금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걷지 않는 현대인, 차만 타는 현대인, 약 1백만개의 공기구멍을 가진 식물의 잎사귀들이 사라진 도시의 아스팔트 속에 우리 아이들은 죽어만 간다. 교통문제는 어떤 장관도 해결할 수가 없다. 시인 박노해의 예리한 지적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법으로도, 지하철로도, 고속도로로도 자동차 공해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가치관의 문제이며 절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희년을 앞두고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10부제, 걷기, 자전거 타기를 권하는 것이다. 주일날 만이라도 실천한다면 얼마나 멋있는 일일까? 만약 도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면 여가로서 자전거를 이용할 것이다. 자전거는 운동을 하기에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자전거는 유독가스를 배출하지도 않고 재생할 수 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면 자신의 몸을 다시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TV는 이런 종류의 우아함을 평가할 수 없다. 이제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괴물이다. 세상에는 이미 6억대의 자동차가 있고 공해의 원인이고 심지어 오존층 파괴의 원인이기도 하다. 정말로 더 많은 자동차가 필요한가? 나는 자동차를 군수품의 범주에 두고 싶다. 적으면 적을수록 더 좋다.
우리 도시안에 주유소를 보면 참담하다. 무슨 자동차 유치, 생각해 볼 일이다. 자동차 공장을 대중교통 공장으로 전환시키는게 어떤가? 혹은 트럭공장을 철도공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 생태적이지 않는가? 우리 시에 무궤도 전차를 다시 설치하는 것은 어떤가? 이것들은 지하철을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조용하고 깨끗하게 운행될 수 있고, 전차를 타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 시스템은 자동차 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자전거야 말로 21세기의 그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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