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의 주평국 신부가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26박 27일에 걸쳐 전국 도보 성지순례에 나선다. 주 신부는 왜 추위가 채 끝나기도 전에, 4주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에, 430km의 길고 험악한 도보 순례의 고행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일까?
주 신부가 밝히는 도보 성지순례의 이유나 목적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째는 자신의 사제생활에 대한 반성이며 둘째는 신자들에게 신앙선조들의 순교적인 신앙모범을 일깨우고 셋째는 기금을 모아 김대건 신부 관련 성지개발과 한국 천주교 역사부도 편찬에 보태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럼 왜 그 같은 세 가지 목표를 하필이면 금년에, 또 사순절에 실현하려는 것인지 또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금년이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순교 150주년이며 동시에 그의 동창이며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탄생 175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을 하나의 계기로 삼은듯 하다. 그리고 사순절을 택한 것은 이때가 바로 속죄와 보속 사랑실천의 최적기로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교회사에서 흔히 피의 순교자와 땀의 순교자로 대별되는 김대건 최양업 두 신부의 후배신부 한 사람이 두 선배신부가 걸은 피ㆍ땀의 길을 이 엄동설한에 걷겠다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자랑스러워 보인다. 이 길은 바로 한국의 모든 성직자들이 따라 걸어야 할 길이기에 더욱 가치있고 고귀하게 여겨진다.
특히 이들 두 신부가 어느 지역이나 단체 등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와 우리 한국교회의 성직자이듯이 이들을 따라 걸어야 할 사제들 역시 어느 교구나 단체 등에 얽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초교구적이고 범교회적이어야 할것이다. 이와 함께 두 분 사제가 뿌린 피땀으로 오늘의 터전을 비옥하게 가꿔온 한국교회는 이 두 분의 삶이 더욱 빛이나고 드러나게 하는 일에 조금도 주저하거나 인색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사가 주 신부의 전국 도보 성지순례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로 여겨진다. 이미 서울대교구장을 비롯한 광주ㆍ대구대교구장, 수원ㆍ부산교구장들과 여러 주교ㆍ신부ㆍ수도자ㆍ신자들이 성금을 보내오고 또 순례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신청해 옴으로써 그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한국교회가 김대건ㆍ최양업 두 신부의 피와 땀을 소중히 간직하고 후대에 교보(敎寶)로 전해주지 못한다면 우리 교회의 앞날은 밝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주 신부의 전국 도보 성지순례가 갖는 의미는 어느 한 교구의, 어느 한 신부의 일로 치부될 수는 없다.
그것은 어제와 오늘의 신앙을 이어주고, 오늘과 내일의 교회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우리 교회 전체가 주 신부의 성공적인 도보 순례를 기도와 직접 참여와 성금으로 지원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