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의 첫번째 사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1백50주년이 되는 해이다。공교롭게도 두번째 사제이자 땀의 순교자로 추앙받는 최양업 신부의 탄생 1백7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탁덕(鐸德) 김대건 신부는 한국 성직자들의 사표(師表)다. 최양업 신부 역시 한국의 성직자들은 물론 모든 신자들에겐 더없는 스승이라 할 수 있다.
그 두 분이 올해 한국교회의 주역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음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큰 의미중에서 첫번째가 바로「신앙의 불 지피기」와「순교 영성 되살리기」다. 물론 한국교회의 신앙이 아주 죽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 지피기와 되살리기라는 표현은 다소 민망한 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성인 탄생 이후 마치 휴지기를 만난 것 과도 같았던 우리네 신심, 특별히 뒷걸음질 쳐 온 순교신심을 생각한다면 과할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대건 신부나 최양업 신부에 대한 한국교회 신자들의 애정은 2월1일 첫 목요일에 봉헌된 순교자 현양 및 신심미사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가 명동 대성당 마당을 꽁꽁 얼리고 있는 가운데 순교자 현양 및 신심미사에 참석하겠다고 몰려온 신자들이 자그마치 1천여 명이나 된 것이다.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을 기해 재 발족한 한국 순교자 현양위원회의 출범은 이날 현양미사를 통해 우리 신자들의 목마름을 확인하는 것으로 순풍의 돛을 단 셈이 됐다。이날을 계기로 매월 첫 목요일에 봉헌되는 순교자 현양 및 신심미사는 순교자 현양위원회의 중심축으로써 앞으로 추진될 제반 사업의 정신적 기틀로 자리를 잡아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재출범한 순교자 현양위원회는 올해 활동목표로 성 김대건 장학회를 설립하고 제2의 시성시복 운동을 전개하며 특히 오는 9월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만일 2월1일 출범미사에서 보여준 신자들의 뜨거운 애정이 변심만 하지 않는다면 올해 우리는 성인탄생 이후 오히려 퇴보해 온 우리의 신앙적 열의에 다시 한번 불을 지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대건 신부나 최양업 신부를 기리는 행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교회사 연구소의 경우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전기자료집 출간을 필두로 기념 심포지엄 등을 기획, 준비단계에 들어가있는 상태다. 그 중에서도 8월말 간행예정인 성 김대건 전기자료집은 김대건 신부의 서한과 활동 및 업적, 그리고 순교와 시성 등을 주요내용으로 담을 예정인데 이 사업을 위해 이미 모든 한국 사제들과 평신도들에게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최양업 신부 활동의 본거지를 이루었던 청주교구 배티에서도 탄생 1백75주년을 맞아 최양업 신부 기념경당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3월1일 기공식을 갖는 기념경당은 주교의 명에 따라 순교도 못하고, 양떼를 찾아 전국을 순회하다 결국 순교적 삶을 마감하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준비하는 첫 신호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본보가 마련하는 전국 도보 성지순례도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최양업 신부 탄생 1백75주년을 기념, 우리 신자들의 순교 신심에 새로운 불길을 당기고자 하는 전국 도보 성지순례는 그 의미만큼이나 전국의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으면서 2월22일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한국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에 대한 공경심은 한국교회로서는 대단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순교자 현양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김옥균 주교도 2월1일 순교자 현양 신심미사에서『그분들의 믿음과 순교로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한국교회사에서 순교신심은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산이며 가장 귀한 우리 교회의 보화』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전개되는 성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 관련 행사들은 그분들의 귀한 정신적 자산과 보화를 새롭게 캐어내는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값진 보화를 땅속에 묻어둔다면 우리는 결코 순교자, 성인들의 후예라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사에서 중요한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성 김대건 신부의「조선전도」(朝鮮全圖)가 다시 빛을 볼 모양이다. 이미 지난 60년대 한국 교회사 연구소 소장 최석우 신부에 의해 발견돼 78년 그 중요성이 확인된 성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가 일본의 독도(獨島)망언의 재발을 보다 못해 침묵을 깬 것이다.
일본의 독도 망언과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일본의 여타 모든 망언에 우리가 해온 대처가「흥분」이었다면 일본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다. 계획적인 망언에는 계획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성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는 일본의 어처구니 없는 망언에 계획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료중의 하나가 분명하지 않은가.
『그 누구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이미 1845년에 김대건 신부가 내린 결론이다.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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