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통해 기도하는 법도 배워 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부모님이 싫어할까봐 이불속으로 들어가 하느님께 속삭였다. 두렵고 무서울 때는『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탄아 물러가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엉터리 신앙이었지만 영혼의 발에 뿌려진 하느님의 말씀은 그분의 섭리 안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하느님을 위해 정의의 사도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친구들끼리 다툴 때 항상 약자의 편이 되어 옹호해 주었고 여자아이들을 괴롭히는 깡패 같은 녀석과 싸우기도 했다. 학생들을 노리개처럼 다루는 선생에 반항하여 매를 맞기도 했다.
돈키호테 같은 나의 과대망상적인 행동은 어린 동생들에게도 영향을 발휘했으며 모두들 나와 동의했다. 우리는 서로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부모님은 논에 가시고 홀로 집에 남아 있는데 일곱 살배기 동생이 이웃집 아주머니가 때렸다며 울고 들어왔다. 나는 곧장 그 집으로 달려가 사실여부를 물었다. 기분이 상해진 아주머니는『아직 이마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어른에게 무슨 말대꾸냐?』고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당돌하고 또렷한 어조로 지지 않고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주머니가 올바른 생각의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싸울 때 좋은 말로 타이르고 다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했는데 자신의 아들만 귀하게 여기고 제 동생을 때렸다니요. 존경받고 싶으면 어른답게 행동하세요. 만약 두 번 다시 그런 행동을 한다면 아주머니가 저의 동생에게 해 준 그대로 돌려주겠어요』라고 협박까지 했다.
이 가엾은 아주머니는 얼굴이 붉어져 말없이 가버리고 동생은 내 손을 잡고 의기양양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엄마와 같은 어른을 부끄럽게 한 것이 과연 진실한 정의의 행위였는지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외아들로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아버지, 자신의 의지박약함에 몸부림쳤지만 그것을 고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8남매의 둘째인 나에게 아버지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 놓았으며 나의 협력을 구했다.
『선아! 아버지를 이해해 줄 수 있겠니?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네 밑에 동생들도 많고, 다선이와 너는 쌍둥이니 함께 일반고를 보내는 것은 내게 너무 벅차다』
나는 그동안 쌓아 왔던 희망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실업고를 갔다. 나의 체력은 한계를 느꼈으며 3교대로 돌아가며 일하는 것도 힘들었고 공부하는 것에도 열정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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