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의 미국 생활에서 겪었던 가장 짜증스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드라마 중간의 과도한 광고들이다. 생각과는 달리 여간 촌스러운게 아닌 광고들이 15~20분마다 반복됨으로써 ‘연속’극의 흐름을 따라갈 감정의 흐름을 도무지 유지하기 어렵게 하는, 성가신 ‘불연속’성을 만들어낸다.
사실 우리 생활 자체가 연속과 불연속의 반복과 교차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그런 경우를 자주 겪는다. 마감에 쫓겨 취재수첩과 모니터, 키보드를 분주하게 오르내리는데 전화가 오거나 누가 말을 걸면 집중력이 흩어지고 맥이 끊어진다. 연속이 필요한 시점에 불연속이라는 단절이 생긴다.
하지만 때로는 불연속이 더 강인하고 항구한 연속을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다. “잠시 숨 좀 돌리고….” 뭔가 급한 소식을 들고 뛰어 들어온 친구는 숨을 고르고 나서야 가져온 소식을 전한다. 종일 일을 하고 난 뒤 잠시의 휴식으로 방전된 에너지를 채워야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다. 삶에서 연속과 불연속은 항상 교차되고 반복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속과 불연속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남녀가 만나 평생 해로할 것을 서약한다. 이들은 그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항구하게 연속될 것으로 믿지만 불과 서너 달 만에 서약의 연속성이 서서히 퇴색함을 느낀다. 부부싸움과 서로에 대한 몰이해의 불연속성이 반복되게 마련이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세례 때의 그 불같은 성스러움을 기억하지만, 조금씩 성사생활이 매너리즘에 빠지고, 주일미사는 마지못한 의무감에서 숙제하듯 치러낸다. 사제들 역시 양떼를 위한 봉사와 하느님께 대한 봉헌이라는 서품 때의 결의를 잊고, 직장생활 하듯 사제관과 성당을 오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자유 의지로써 연속과 불연속의 선택에 나설 수 있다. 결혼과 신앙생활에서도, 자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다짐과 각오를 함으로써, 불연속 속에서도 연속을 취하고, 더 큰 연속을 위해서 최근의 방탕한 생활과의 불연속을 감행하기도 한다.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세적 교회에서 벗어나 현대세계에의 적응과 쇄신을 내세운 공의회를 두고 신학자 오먼드 러시(Ormond Rush)는 이 사목적 성격의 공의회가 취한 기본 입장을 일러 “더 큰 연속성을 위한 불연속성”이라고 불렀다. 일천년 이상 계속됐던 경직된 제도와, 세상과 백성에 대한 권위주의적 자세와의 불연속성을 감수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친교로서의 교회에 대한 상념이 중심이었던 고대교회와의 연속성을 이어가려 했다는 점에서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공의회가 개막될 당시의 교회 모습이 오히려 교회의 원초적 모습과는 불연속을 형성하지 않았던가를 묻고, 따라서 제2천년기 교회와의 불연속을 통해 고대교회와의 연속성을 회복하려 했다는 것이 그의 착안이 아니었을까?
물론 결혼생활이나 신앙생활의 어느 단계도, 그리고 교회의 이천년 역사에서 드러나는 어떤 역사적, 지리적 상황들이나 교회의 결정들도 무의미하거나 전적으로 부당했다고 할 수는 없다. 개인과 교회의 역사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은 그 나름의 타당성과 필연성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고 따라서 그것들은 모두 연속성의 요소를 품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지나치게 시대의 제한을 받고 과도하게 경직됐다고 한다면, 거기에서 단절 혹은 선회의 시대적 요청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공의회는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느님은 그렇게 교부들에게 영감을 준 것은 아닐까? 그리고 개막 5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가 검토해야 할 것은, 앞서 논의한 이야기들에 비추어보면, 불연속의 요청이 발해진지 이미 5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속성에 매달리거나 불연속을 두려워하는 심리상태에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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