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
배가 고파서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오른쪽 신발 밑창이 유달리
빨리 ‘헤-’하고 입 벌리는 것이 부끄러워
낮에는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제철 어울리는 옷이 없어
건물 한구석에서
책에 눈은 고정시키고
귀는 주변을 살피며
숨어서 보냈던 시절이 있었지
내일이면 다시 그 시간으로 가야한다
부끄럽던 시간
이제 남의 눈 의식하지는 않지만
단 한 분 앞에 서서
그 부끄러움을 토하며
머리에 재를 얹고
가슴을 치며
그분께 눈과 귀를 고정하는
시간으로 가는 때가 왔다
40일 동안은,
풀에도 베이는
저녁 종소리에도 울음을 뚝뚝 밟는 사람이
있으니
내 세치의 혀 묶어
들보에 매어달고
눈으로만 말하자
사랑 아닌 말이라면
곡기 넣을 때나 문 열자
40일쯤은,
사람 속에서
사람과 더불어
풀빛보다 더 푸름으로
새벽 별 반짝임으로
후회 없는 사랑이고 싶다
절제 없는
고통 없는
사랑 없는
부활이 있으랴만
40일쯤은,
나무처럼 서서
햇살 받고나면
꽃향기, 주님향기
아주 조금은 피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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