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가톨릭대학교 신약성경 교수 백운철 신부님이 전화를 하셨다.
“「예수와 역사」 개정판이 언제 나오지요?”
“곧 나옵니다.”
“같은 내용의 전화를 제가 지금 다섯 번째 합니다. 매년 곧 나온다고 했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놀라고 당황해서, “이번엔 틀림없습니다”라고 다짐해 드렸지만,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 자신이 번역한 책도 아닌데, 어떻게 그토록 깊은 인내심을 갖고 매년 문의해 오셨는지도 놀라웠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성경학자 샤를르 페로 신부님이 백 신부님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출판사에 사정이 있었다고 하나, 신부님 입장에서는 네 번이나 속으셨으니 “곧 나온다”는 말을 못미더워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래서 거의 다 된 PDF 파일을 보내드렸더니 바로 보시고 몇 가지 우리말 표현을 짚어 주셨다. 저자 신부님의 사진을 보내 달라는 등 이 책과 관련하여 번거로운 부탁들을 드렸지만, 백 신부님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꺼이 도와주셨다. 스승 신부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저절로 느껴졌다.
그런 백 신부님을 뵈면서, 소식 한 번 전하지 못한 은사 신부님들이 떠올랐다. 강의 시간을 ‘철학하는 시간’으로 만드셨던 분, 놀랍도록 새로운 방법으로 성경을 보게 해 주셨던 분, 꼼꼼하고 세심하게 교회사를 하나하나 짚어 주셨던 분, 발표를 꺼려해 늘 입 다물고 있던 내게 라틴어 시간에는 ‘특권’이 없다고 면박 주셨던 분, 프랑스인이지만 한국 제자들보다 더 우리말을 아끼셨던 분, 그리고 1990년대 중반에 다녔던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의 은사님들….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귀한 가르침들을 받았기에 아직 터덕거리면서도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다. 주님, 귀한 가르침을 주시는 모든 스승님들을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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