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하고 장악하라.’ 기자가 군대 있을 때 사단장의 지휘지침이었다. 밑으로는 중대장부터 위로는 육군참모총장까지 모든 부대 지휘관에게는 지휘지침이 있지만 제대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 기억에 남아 있는 건 ‘확인하고 장악하라’ 하나뿐이다.
문구가 간단명료하고 강인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이등병 때 실수했다가 선임병에게 “‘확인하고 장악하라’ 모르나? 왜 일을 확실히 안 해!”라고 훈계 받았던 추억이 있어서인지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그 기억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작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큰 손실을 초래할 때가 있다. 물건을 깜빡 어딘가에 두고 잃어버린다거나, 주차하면서 후사경을 순간적으로 놓쳐 범퍼에 상처를 내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정말 중요한 약속을 잊어 신뢰를 잃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지난 주 신문에 문화재로 지정된 한국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베드로) 묘역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됐다. 1면에 들어갈 기사여서 다른 기사보다 시간과 노력을 더 들여야 했다. 인천교구에서 제공한 상세한 자료들이 있었지만, 이승훈 묘역을 직접 찾아 사진 촬영과 현장확인을 해야겠다 싶었다.
초행길에 찾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얘기를 듣긴 했어도 어떻게든 갈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유독 겨울바람이 매서웠던 날, 차가 더는 오르지 못하는 인적이 드문 곳에 내려 산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등산객도 드물고 다음 취재시간에 쫓겨 한 시간 가까이 이리저리 헤매다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신문이 인쇄된 날 저녁 집으로 돌아왔을 때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이미 활자화된 기사를 다시 읽었다. ‘현장확인을 했다면 더 명료하게 작성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때는 이미 늦었다. 길을 사전에 충분히 알아보고 가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확인하고 장악하라’는 사단장의 지휘지침은 군인에게보다 기자에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금과옥조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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