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교계제도 설정 50주년을 맞는다. 1962년 3월 10일 교황 요한 23세는 한국에 교계제도를 설정하고 서울과 대구, 광주 세 관구를 설립했다. 이는 교황청이 지역교회인 한국교회의 자립능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일이었다. 한국교회가 스스로의 힘으로 복음을 전하고 구원의 역할을 수행할 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교황과 보편교회로부터 인정받았다. 이로써 한국교회는 도움을 받던 상황에서 독립적인 지역교회 자격을 갖췄다.
교계제도는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요청되는 성사 집전에 관한 권한이며, 교회 내 입법과 사법, 행정 업무에 관한 재치권(裁治權) 행사와 관련된 제도이다. 교황청은 교계제도를 통해 세계교회를 관장해왔다.
조광 교수는 본지 기고를 통해 한국교회의 정식 교계제도 설정으로 이룬 의미와 결실에 대해 언급했다. 조 교수는 “교계제도의 설정을 통해 한국교회는 인적 토착화의 단계를 지나 제도적 토착화의 단계로 접어들었고, 문화적 토착화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아울러 한국교회의 쇄신에 박차를 가해주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게 됐다”고 지적했다. 곧 교계제도 설정은 한국교회 발전의 전환점이 됐다.
교계제도 설정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교회는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오늘날 교세를 보면 신자 수 500만 명에 사제들도 4500여 명에 이를 만큼 발전을 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다른 나라 교회들이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볼 만큼 양적인 증가를 이뤘지만, 내용적으로 그만큼 성장했는지 성찰할 것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너무 빨리 성장하다보니 속이 충분히 영글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양적인 발전과 더불어 내적인 성장도 함께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강 주교는 내적인 성장에 대해 “먼저 하느님 말씀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엔 말씀과 삶을 연결해 생활 안에서 그 말씀이 실현되는 체험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과제는 내적인 성숙이다. 한국교회는 ‘말씀의 힘’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한국교회는 하느님의 말씀 속에 일치하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말씀의 삶을 실천하며 이 땅에 진정한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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