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첨단 문명이 만든 기계소음속에서 나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헤맸다. 공장에는 생산이라는 준엄한 법칙이 있어 한치의 어긋남도 용서해 주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성이 불량품이라는 거대한 상표딱지에 짖눌려 비굴하게 웃고있는 듯 했다.
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며 막다른 골목에서 신음했다. 주말이면 집으로 가고, 디스코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경제적인 독립과 자유, 외출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수다스럽게 행복을 자랑했지만 그것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나는 외로운 영혼의 허허로움을 절감했다.
평소 다혈질이고 감성이 예민한 나는 돌변하기 시작했다. 사회적인 부조리와 비 책임적인 사람들에게 회의를 느꼈으며, 모든것에 이유를 달아 노골적으로 부정했다. 그러나 마음 한곳에는 자신의 지나친 행위에 후회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인간은 이렇게 아둥바둥하며 살아가야 되는가? 어차피 모두 죽음을 향해 가는 마당에 많이 배우고 덜 배우고, 많이 갖고 적게 갖는게 무슨 차이가 있으며 소용이 있는가? 도대체 진리는 어디에 있으며,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누가 나에게 이 모든 질문에 답해줄수 있는가?
고2때 여러 학급을 맡아 관심이 소홀했던 담임선생이 싫었다.「부디 말 잘 듣고 유순한 딸이 되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뒤로 하고 매일 학교에 지각했다.
어느날 등교길에 자전거를 타고 내 앞으로 다가오는 선생님을 보았다. 코방귀를 『휑』끼며 그가 빤히 보는 앞에서 시골 집으로 도망쳐 버렸다.
부모님께도 내 인생은 내가 살겠다고 권리를 주장했고,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며 그동안 매달 꾸준히 송금하던 일도 멈춰 버렸다. 내가 가는 곳마다 돌풍으로 몰고 다니는 골치 아픈 반항아로 변해갔다.
이렇게 방황하는 내게 친구들은 교회에 나가자고 권유했다. 사춘기 반항에 지친 나는,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있었으며, 저지른 잘못에 후회하고 다시 송금을 했다.
알지 못하는 신에 대한 목마름, 현실적인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의가 정신을 혼돈케 했다. 용기를 내어 교회에 따라 갔으나 기도하고자 하는 나의 간절한 의지와는 반대로 마음은 삭막하고 맹숭맹숭하게 앉아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흥겨웁게 손뼉을 치며 하느님을 찬양했고, 통회기도시간에 성령에 감도되여 울고 부르짖었다.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으며 도망가고 싶었다.
학생신우회(개신교의 학생종교단체)에 가입하고 큰 마음으로 성경책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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