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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맞이하는 사순시기이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사순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듯 한 안타까운 느낌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의 사순절을 되새겨 본다.
어머니는 넉넉지 못한 살림이었지만 사순시기 동안은 식사준비를 하면서 주님의 몫이라며 매 끼니때마다 조금씩의 쌀을 따로 모아 부활때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셨다.
지금처럼 TV나 영상매체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부활절이 가까워 오면 시골 극장가에서는 특별히 성화를 많이 상영하였다. 누구보다도 보고 싶고 꼭 봐야할 성화였지만 사순시기라는 이유로 우리는 참아야 했었다.
나의 어머니도 철저한 희생과 극기의 생활을 하셨다. 좋아하는 기호품도 끊었고 단식날은 아예 아침밥을 짓지 않으셨고 금육은 사순시기 동안 계속이었다.
매일 읽을 성서의 분량을 정해 놓고 실천하여 묵상하시면서 우리에게 들려주셨다.
지금 나의 신앙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풍요롭고 넘치는 물질문명 속에서도 사순시기라 하여 특별한 나눔도 극기도 희생도 보속도 없이 그저 물 흐르듯, TV 볼 시간은 있어도 기도할 시간은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꼭 시간을 만들면서도 봉사는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핑계, 자녀들 신앙교육도 『같이 기도하자』가 아닌 『기도해라』로 자유를 주어 버린다.
그때 어머님께서 심어준 무조건적인 신앙의 행동이 현재 나의 신앙에 튼튼한 초석이 되었고 현실 속에서 어려웠던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주님을 외면하지 않고 굳건한 주님 딸로서 살아온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요 이끄심이며 어머니의 철저한 신앙교육이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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