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종교의 편향성을 규탄하는 불교계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규탄의 목소리는 총선정국과 맞물려 정치화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불교계는 17일 대구에서 대구· 경북 5개 본말사 주지 및 제단체 연합법회를 연데 이어19일과 20일에는 부산과 서울에서도 같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의 편향된 종교정책의 시정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특히 이 집회에서는 불교가 힘이 있어야 공존할 수 있다는 전제아래 이번 총선에 불교인이 출마하면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이것은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에 이어 또다시 「종교주의」가 태동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물론 종교단체가 자기네 신도의 총선 출마를 권장·지원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지금까지 각 종교들이 내부적으로 은밀히 그렇게 추진해 온 것이 통례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불교계의 움직임은 좀 다른 것 같이 느껴진다.
불교계가 종래와는 달리 총선시국에 강력하게 대처하게 된 원인은 바로 김 대통령의 국방부 예배사건이 발단이 되고 이어 교육개혁위원회의 성직자 양성 전문대학원 신설이 불교계의 전통이나 교육방법 등을 도외시한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계는 김 대통령의 사과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고, 교육부 측에서는 불교계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졸속행정의 과오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김 대통령은 본인 입장에서 보면 개신교 신자로서 국방부 예배당을 방문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적인 예배행위를 공적인 업무수행과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직위가 높을수록, 영향력이 클수록 더더욱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고의적이든 혹은 실수이든 그런 행동에 대해 다른 종교에서 불만을 표시하면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나 대통령과, 같은 지역출신에, 종교가 같은 인사들이 요직에 많이 등용돼 왔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면 종교관계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그것은 우리 헌법에 엄연히 정·교는 분리돼 있을 뿐 아니라 특정종교에 대한 편향은 여타 종교들에게는 차별의식과 소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차제에 각 종교는 윤리 도덕의 감시 감독자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정확히 깨달아 종교 자체가 이전투구의 정치판으로 뛰어드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교마저 설 자리를 잃는다면 이 사회는 희망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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