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지저귀고 태양의 광채를 받아 빛나는 버드나무 사이로 산들바람이 불어 와 폐부까지 씻어 주었다. 마음씨 좋은 사감선생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모두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금세 친해졌다. 현장근무도 건설중인 공장이라 기계를 닦거나 조립하는 일이었고 책임계장의 특별한 호의로 주간에만 일하고 시험원으로 채용되었다.
저녁에는 새로운 분위기에 힘을 얻어 즐거운 마음으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학원을 쫓아 다녔다. 어두운 마음은 기쁨으로 변하고 직장 동료들과도 우정이 싹트게 되었다. 이렇게 한 달을 지냈는데 자살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잊고 지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다는 일, 아니 죽겠다는 생각이 생소하게 들릴 정도였다.
학원이 너무 멀어 귀가가 늦어지자 경비원들과 문제가 생겼다. 직장선배와 같이 자취할 집을 찾았는데 집 정면에 교황님의 사진이 있고, 양측에 커다란 예수성심상과 성모상이 있는 집이었다. 악마는 내게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고 그 집에 가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친구의 억지로 그 집에 가서 자취를 시작했다. 어느 날, 일요일이어서 늦잠을 자고 있는데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들어보니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였는데 내가 아는 찬송가와 왠지 달랐다. 며칠 뒤 우물 옆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그 노래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가톨릭신문사를 다닌다는 주인 아주머니였다. 약간 서먹했지만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했다. 대뜸 어느 교회에 다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나는 개신교 신자가 아니라 사도로부터 내려오는 가톨릭 신자』라고 말했다. 그분의 대답에 깜짝 놀라 『아니, 가톨릭에도 주님이 계시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재빨리 나의 무지를 눈치채고 차근차근하게 내가 질문하는 것에 설명해 주었고 나의 왜곡된 가톨릭에 대한 인식을 고쳐 주었다.
우리는 가끔씩 만나 성서에 대해 토론도 하고 친해져, 때때로 그분의 아이들을 돌봐주며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 주기도 했다. 같이 있던 선배가 사귀던 사람과 결혼해 떠나고 홀로 남게 된 나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주인 아주머니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된 나는 더 이상 주님의 초대에 미룰 수가 없었다. 마음을 결정하고 아주머니의 소개로 성당의 문을 두드렸다. 첫 교리가 시작될 때 주위의 친구들도 함께 데려갔다.
매일 매일 새롭게 하느님을 알게 되는 일이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욥의 기도와 고뇌가 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려 나왔다. 보잘것없는 나를 이곳까지 이끌어 주신 살아 계신 하느님의 손길을 체험하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교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온 마음과 정성으로 임했으며 성서와 벗을 삼았다. 성인전을 읽고 세례명을 정하라는 수녀님의 권유로 책을 받았는데 성인들의 삶에 나를 비춰보니 너무나 하느님께 죄스러워 지금까지 살아온 내 짧은 생애가 한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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