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흘 후면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거리에는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이 나붙은 가운데 전국이 4ㆍ11총선의 열풍에 휩싸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과열로 치닫고 있는 선거운동이 막바지 10여 일 동안 얼마나 험악한 양상으로 전개될지 지레 끔찍한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 모두 「유권자 자신이야말로 누구보다 중요한 선거의 주체」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좀 더 엄숙하고 진지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그것은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가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4ㆍ11총선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1996년 5월30일 ~2000년 5월29일이란 15대 의원의 임기에서 보듯 이번 선거에서 뽑힌 선량들로 구성될 제15대 국회가 바로 21세기 진입 준비를 마무리하는 20세기의 마지막 국회라는 점이다. 변화와 개혁의 물결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거세게 몰아칠 세계무대에서 생존과 번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남북통일 문제도 15대 국회의 임기중에 태풍처럼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선거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점도 바로 이 같은 총선의 중요성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22일 대구대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가 「4ㆍ11총선에 즈음하여」라는 담화문을 발표한데 이어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최근「4ㆍ11총선을 바라보면서」라는 성명서를 잇달아 내놓음으로써 교회의 공명선거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 하는 현실문제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당마다 실시되는 6백여 회의 연설회와 무제한으로 열릴 후보 개인연설회, 그리고 선관위에서 각 세대별로 발송하는 홍보물이 후보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서울 정평위와 대구 평협이 제시한 후보 선택 기준이 더욱 소중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정평위와 대구 평협은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나 혈연, 학연 또는 종교적 배경 등 정실에 얽매이지 말고 복음적 윤리도덕에 충실한 사람과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을 뽑자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투표행위는 국민의 신성한 책무인 까닭에 기권을 하거나 돈이나 정실에 팔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중략) 결국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게 할 뿐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도 부끄러운 유산을 남겨주는 명백한 죄악」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 공정한 선거와 올바른 선택, 그리고 기권하지 않고 반드시 투표하는 선거 참여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성숙과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신앙인이 되어야겠다. 끝으로 이번 총선이 하느님 뜻에 맞갖게 제대로 치러질 수 있도록 다같이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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