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또 울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하느님을 거슬러 삶을 함부로 살아 왔으며 생명 주관자만이 다룰 수 있는 목숨을 스스로 끊어 버리려 했는가. 또한 야망에 눈이 멀어 하느님 섬김을 무시해 왔던가…
주인 아주머니를 대모님으로 모시고 다른 30명의 예비신자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첫영성체를 받아 모시고 하느님을 위해 평생 동정을 지킬 것을 다짐했다.
세례 후 건강이 안 좋아 직장을 그만 두었다. 아버지가 무서워 친구집에서 언니집으로 전전하다가 결국 집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부모는 나의 영세소식을 듣고 펄펄 뛰시며 우리 식구가 누구 때문에 모두 교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너는 우리를 배반하고 가정에 분열을 일으키려 하느냐고 불호령이었다. 아버지께 사실을 설명해 드리려 했으나 오히려 더욱 신경을 돋구는 일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는 협박하다가 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가톨릭 성서와 성가책을 불살라 버리겠다고 막무가내였다. 어머니는 보다 못해 종교보다 핏줄이 앞섰는지 나를 옹호하고 감싸려 하다가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셨다.
이러한 상태는 매일 계속되었고 이해심 많으신 할아버지도 묵묵히 계셔서 도움을 청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나는 성세성사의 신비와 은총을 굳세게 믿고 있었으므로 불순종의 죄를 짓지 않으려고 침묵으로 참았으며 최선을 다해 신자생활을 했다.
아버지의 박대는 심해 갔고, 더 이상 주일 미사를 참례할 수 없게 되었다. 내 인내도 한계에 왔고 집안의 불화의 근원이 되어버린 존재로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어느 겨울 밤, 아버지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 북풍의 차가운 힘이 뼈속까지 저리게 했다. 저 멀리 마주보이는 성당 그림자를 향해 무릎을 끓었다. 한참 땅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어머니의 따뜻한 손이 나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우리 모녀는 함께 울고 있었다. 뒷날 어머니의 도움으로 부산에 계신 대모님 댁으로 갔다.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대모님이 소개시켜 주신 어느 성당 사제관에 가서 신부님을 돕게 되었다.
매일 미사에 참여하고 밤에는 신학원에 다녔다. 영적으로 더욱 풍성해지는것 같았다. 신부님은 자신의 서재 책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집과 2년동안 소식을 끊어 버렸으나, 할아버지의 위독한 상태를 언니를 통해 듣고 집으로 내려갔다. 어머니는 울며 나를 모질다고 힐책하셨다. 성격이 급하고 단순한 아버지, 그래서 함부로 쉽게 말해 나의 가슴에 상처를 주시던 아버지는 휴일이나 명절이 되면 내가 그리워 남 몰래 주차장에 가서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이러한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으며 원수처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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