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철수라는 중3인 남자아이가 혼자 살고 있는 조그마한 벽돌집이 있다.
나는 그애를 5년전에 알게 되었는데 철수의 부모님께선 어린 남매를 두고 돌아가셨고 할머니께선 두아이를 키우기가 벅차 철수의 여동생을 다른 곳에 보냈는데 몇년 후에 가보니 그 아이는 외국에 입양을 보내 찾을 수가 없었다 한다.
철수 하나만이라도 훌륭히 키우시겠다던 할머니 마저 2년 전에 돌아가시고 결국 철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나는 그 애가 동생같고 안됐다는 생각에 오며 가며 들려서 이야기도 나누고 신학기가 되면 용돈을 모아 작지만 학용품을 사주기도 하고 또 명절땐 아버지와 함께 찾아가면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곤 했다.
지난 2월24일 우리 본당 사비오(중고등부)학생회에서는 철수와 같은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기위한 작은 음악회를 거리에서 가졌다. 우리들은 그날의 음악회를 위해 무려 2개월 동안이나 연습을 했다.
그리고 모금함을 큼직하게 만들어 놓고 팸플릿을 돌리고 현수막을 그리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현수막을 걸고 모금함을 설치했다. 신부님 수녀님 등 여러 어른들께서 오셔서 많은 격려를 해주셨고 또 중간에 초등부 어린이들의 찬조 출연은 정말 귀여웠다.
이런 소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노래를 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모금함에 성금을 넣고 쑥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가는 분도 있고 주머니에 돈이 없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가는 분, 돈을 넣고 싶지만 부끄러워 웃으면서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언니들도 있고 엄마에게 천원짜리 한장을 얻어서 모금함에 얼른 넣고 도망가듯 뛰어가서 엄마의 옷자락을 잡는 어린아이의 모습, 모두 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4시간 남짓한 음악회에서 모여진 돈이 1백55만원이나 되었다.
이 돈은 철수처럼 어려운 환경의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앞으로 우리들은 어딜가든 뜻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그냥 외면하고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 일에 함께 동참하는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힘을 주게 되고 이웃을 돕는 것은 또 나의 기쁨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철수가 용기를 가지고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그리고 음악회를 위해 애써 주신 율리아 선생님과 여러 어른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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