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혼탁하고도 과열된 선거 모습과 불법ㆍ탈법 선거전이 우리 모두를 걱정스럽게 한다. 금권ㆍ관권의 시비와 아울러 각목, 쇠파이프와 심지어는 가스총까지 등장하는 폭력선거 양상은 옛날과 여전하다고 한다. 아니 여전한 정도가 아니라, 과거3ㆍ15 부정선거 이래 가장 타락한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선거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엇인지 크게 헛갈리는 느낌이다. 과거 3년여에 걸친 문민정부의 노력과 외침이 한바탕 꿈이었던가 싶은 착각이 든다. 30여 년간의 권위주의적 암흑의 터널을 지나 이제야말로 참된 민주시대가 되었노라고 외쳐대는, 소위 문민정부 아래에서 치러지게 될 이번 총선거는 다른 때와 달리 공명 선거전이 되리라 우리 모두는 기대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선거가 임박하여 오자 『변화와 개혁』을 외치던 여당마저 과거의 타락선거 수법을 거의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하기야 김영삼 정권의 뿌리도 부패와 권력남용의 대표선수격인 노태우 정권에서 비롯되었음에 비추어 넉넉히 이해될 수 있기는 하다. 최근의 장학로 부패사건에서 확인된 듯 개혁의 산실이라는 청와대의 핵심 측근조차 엄청난 비리와 부패에 물들어 있었으니 오늘의 선거모습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 그뿐인가 입으로는 그토록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외쳐대는 야당들도 구태의연하기는 여전하다. 정계은퇴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엄청난 배신』에는 아랑곳 않은 채 『새정치』의 선도자임을 자임하고 나서기도 하며, 군사 구데타의 원조로서 국민적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12ㆍ12 군사반란에 대한 재판에도 불구하고 자숙의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빠찡꼬 관련 전과자를 전국구 상위순번에 공천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여ㆍ야간 불법타락의 모습이 오십보 백보요, 피장파장격이어서 보통 유권자들로서는 과연 어느 당을 지지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여야 정치권의 타락된 행태로부터 한걸음 나아가 우리를 더욱 실망스럽게 하는 것은 소위 문민정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법집행 태도이다. 엄정중립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대통령이 여당을 위해 지나친 편향적 자세를 보이는가 하면, 막강한 검찰권은 군사정부 시절과 다름없이 집권여당의 하수인으로 오해받을 만한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변화와 개혁의 기치아래 3년 동안 공들였던 문민정부의 노력은 어찌 되었는가. 과연 이 시점에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물론 오늘의 정치 모습, 선거상황에 대한 대부분이 책임은 여야 정치권과 아울러 집권자에게 돌려져야 마땅하다. 말로는 문민시대요, 공명선거를 외치면서 조금만 상황이 자기 측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듯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술수와 편법을 동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에 관련하여 우리 모두가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은 혼탁한 오늘의 선거모습이 상당부분 우리 유권자들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흔히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국민들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한다. 말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자신의 이해관계와 지연, 학연, 혈연 등을 극복치 못하는 수준이라면 공명선거는 아직도 요원한 일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참으로 중요하다. 문민정부 들어 새로운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선거로서 우리들은 이번 선거를 통하여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총선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하게 될 중요한 시기의 정치주역들을 뽑는 행사가 된다. 15대 국회는 낡은 정치를 벗어나 새 정치를 선보이는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록 여야 정치인들이 구태의연한 선거판을 보여주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유권자들이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선거에 임함으로써,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우리 모두 무관심과 자포자기적이며 냉소적인 태도를 떨쳐 내버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다시 한번 마음을 고쳐먹고 이번 선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새로운 결의를 다져야 한다. 우리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잠시 관심을 두고 살펴 그 능력, 인품을 가늠해 보자. 과거 경력에 비추어 과연 정직한 사람인가. 소신이 있는 사람인가 혹은 기회주의적 기질은 없는가 살펴보자. 만약 마음에 썩 드는 「최선」의 선택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잠시의 노력에 따른 올바른 선택이 4년간 우리 정치의 장래를 좌우한다. 아니, 한국의 장래에 엄청난 결과를 좌우한다.
해방 후, 우리가 겪어온 혼돈과 암울의 정치경험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 각자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자세에도 원인이 있다.
아무쪼록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 모두의 깨어있는 의식 발동을 통하여 적극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문화를 여는 국민적 축제가 되도록 다 함께 분발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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