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는 단기사병이고 대위는 장교이다. 방위는 4주 훈련을 받지만, 장교는 최소 15주 이상의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각 부대에서 정해주는 순서에 의해 군번을 받는 방위와 달리 대위는 임관순위에 따른 일련번호에 의해 군번이 결정된다. 방위가 복무기간을 마치면 「소집해제」한다고 하지만 대위는 「전역」한다고 한다. 방위는 영원한 방위이지만 대위는 영원한 장교다.
필자는 신학생 시절 공군방위였다. 현재는 공군대위다. 군대를 두 번이나 가고 군번도 두 개이지만 「군인」이란 의식을 별반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두 번 다 내 뜻과는 상관없이 주어진 계급이니까…. 현재는 군사목을 하는 「사제」이기에 계급과는 더 무관한 것 같다.
군사목은 어쩌면 끊임없는 「퍼줌」의 사목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더구나 군종신부가 만나는 어려운 (가난한 상태) 사람은 병사들이고 그들은 우리가 퍼주는 사랑을 갈망하고 기대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나 퍼주기 위해서는 우선 내게 무엇인가 있어야 한다. 퍼주고 퍼주고 그러다가 더 퍼줄 것이 없어 고갈된 나의 모습을 만나면 갑자기 너무 힘들어진다. 「왜 나는 받지는 못하고 퍼주어야만 하는가」 느껴지기도 하고 「지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괜히 아까운 생각도 들고 손해보는 것 같아 심통도 난다.
그러나 내가 퍼준 사랑과 관심과 마음을 먹고 거칠고 땀내나는 그들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솟구친다. 방위 때 느껴보지 못했던 기쁨이 있다. 이것이 방위와 대위의 차이일까?
지금까지 집필해주신 이영애씨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부터는 조정래 신부님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