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정전협정 준수 포기를 선언하고 비무장 지대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이미 세 차례나 무장 군인들을 대거 투입, 무력시위를 벌임으로써 한반도에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을 놓고 국내외 언론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그것은 북한이 남한을 제쳐두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책동으로 보는 견해와 또한 43년간 쌓인 내부 불만의 돌파구로서, 그리고 머지 않은 김정일의 공식승계를 앞두고 그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속셈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북한의 『진정한 목표는 전쟁이 아닌 외교』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전면전 대신 『국지전의 발발 가능성이 적지 않다』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우리 국민들로서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적지 않은 불안과 두려움을 갖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교회로서도 북한의 태도에 실망과 안타까움을 안 느낄 수 없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이면서 아직도 동족을 향해 전쟁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북한을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얼마전 한국 주교단이 사도좌를 공식방문한 자리에서 교황은 홍수로 큰 피해를 입고 고통중에 처해있는 북한 형제들에게 온정을 베풀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 4월 7일 부활대축일에는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기원하는 미사가 서울 명동성당과 평양 장충성당, 미국 뉴저지주 오렌지 순교자 성당에서 동시에 봉헌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 동포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하는 우리 교회의 노력이 계속돼오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 당국이 이중행동을 일삼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한 정부와 우리 군의 완벽한 대응태세가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하거나 소외시키는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 자체를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동시에 우리는 북한 동포와 그곳 교회와 신자들을 위한 지원과 배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소수 집권세력의 강압과 압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해선 안된다.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게 내버려 두어선 안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금이 진정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한 평화통일이 앞당겨 실현될 수 있기 위해 우리의 기도가 절실한 상황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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