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의 장례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가는 사슴의 눈초리…』 안톤 쉬나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그럼 군종신부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파르라니 깎여진 훈련병의 뒤통수, 강요된 몸짓, 다양한 재주와 취미와 적성을 묻지 않는 분위기,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는 까맣게 잊고 오직 교육의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리저리 굴리는 빨간모자들의 심술궂은 호각소리, 마지막 한 수저를 못 먹고 왔다며 열중에서 안타까워하며 돌아가는 다소 뚱뚱한 훈련병의 뒷모습이 슬프게 한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는 인사에 수십명 중 단 몇명만이『또한 사제와 함께』하는 미사의 도입부, 준비해 간 농담이 또 하나의「썰렁」시리즈가 되는 병사들의 냉랭한 분위기, 「교회는 사랑과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라고 강론한 미사 후 참석한 숫자보다 휠씬 많이 준비한 초코파이가 턱도없이 모자라 못 먹는 이들이 지르는 아우성 소리, 『신부님 미안합니다. 오늘 갑자기 훈련이 생겨서…』라며 그렇게 어렵사리 교리공부하고 세례를 받는날 아침 걸려온 그 착한 녀석의 울음섞인 불참 통보, 「순교 성인들은 온갖 신부계급과 성별을 초월한 신앙생활을 했었다」는 교육과 순교자 성월 미사 후 곧바로 계급별로 준비된 회식상과 회식 분위기가 군종신부를 슬프게 한다.
예수님이 뭐 교리공부하고 세례 받았냐며 무조건 물부어(?) 선교를 신자숫자 불리기로 경쟁하는 개신교의 세례식과 물량공세도 군종신부를 무척이나 슬프게 한다.
그러나 정말로 가슴 저리도록 슬프게 하는 것은 벌써 이런 것들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가는 한 젊은 군종신부의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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