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코닥
얼마 전, 신문보도를 통해 ‘132년 역사를 자랑하는 코닥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필자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코닥은 전 세계인들에게 단순한 상품이 아닌 추억을 파는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소중한 순간을 ‘코닥 모멘트’라고 부를 정도로 사랑받았던 코닥이 파산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곳은 코닥이었다. 1975년에 개발된 이 기술에 대해, 코닥 임원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개발 초기 단계였던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당시의 아날로그 사진 기술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필름이 필요 없는 카메라였기 때문이다. 필름으로 돈을 버는 코닥의 입장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회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결국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보유한 코닥의 파산은 미래를 예측하고도 이에 대응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책의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사라질 수 있는 고향의 이름
앞으로 한국에서 ‘코닥필름’같은 상품명보다도, 훨씬 더 정감있고 친숙한 고향의 이름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 지방행정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안식년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창원시와 마산시 그리고 진해시가 통합되어 ‘통합 창원시’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이름이 지도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마산교구의 이름도 창원교구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러한 사례는 멀지않아 전국적인 현상이 될 지 모르겠다. 필자가 속한 ‘의정부교구’만 해도 의정부, 양주, 동두천이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통합이 성사될 때 의정부라는 지명이 사용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멀지않은 미래에 닥칠 일이다.
현재 추진중인 지방행정체계 개편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행정체계를 개편하고자 하는 뜻은 지방행정체계를 단순화함으로써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광역화를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와 남북 통일, 주민 불편 해소 등을 고려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왔고, 지난 정부 때부터 여야 합의로 국회에 행정개편특위를 설치하고 추진중인 주요 국가 정책이다.
지방행정체계의 수직적 통합 못지않게 중요한 수평적 통합을 통한 광역화도 논의되고 있다. 물론,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생활권이 같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간의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수차례 있어 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국 차원이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된 지금 지방행정체계의 단순화뿐 아니라, 전국의 행정구역을 몇 개의 대도시권 중심의 광역 지역경제생활권 단위로 통합, 광역화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고양, 파주 시민들 중 다수가 서울이나 인근 시도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광역시?도 간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경제공동체의 한 배를 탄 지방자치단체들끼리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아직도 행정체계 개편과 행정구역 통합을 헛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행정체계 개편은 경제지도와 행정지도를 일치시키는 국토 전략의 큰 밑그림에서부터 출발한 국가 정책이기 때문에 멀지않은 미래에 정들었던 고향의 이름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교회의 대응 전략
미래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미래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지만, 사전 징후를 통해 파악된 경향이나 추세들을 바탕으로,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미래의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제거하고, 향후 한국교회의 행정적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순국 삼일 전에 남기셨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즉,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 보이더라도, 멀리 보고 앞날을 대비하면 지금의 문제가 그리 어려운것만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교회 행정 책임자들이 가슴에 새길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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