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오하이오 차든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한 사망자의 어머니가 피의자를 용서했다. 그 어머니는 예수님께서 자신을 십자가에 단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께 죄의 용서를 청하셨듯이, 자신도 아들을 죽인 피의자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평소 아들에게 “과거 속에서 살지 말고 오늘을 살아라. 용서는 거룩한 것”이라며 “주님의 은혜는 날마다 새롭다. 우리는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한 어머니는 평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고 말해 온 아들의 뜻을 기려 그의 장기를 기증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용서다.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도 용서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 여주인공이 말한 대사가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용서는 어려운 게 아냐. 용서는 그냥 미움한테 방 한 칸만 내주면 되는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훌륭한 목수는 자기 마음의 집을 잘 짓는 사람이래. 그런데 당신은 지금 그 마음의 집 속에 미움만 온통 들여놓고 정작 자신은 집 밖에서 떨고 있잖아.”
지난해 연말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반가운 마음에 술잔이 돌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갑자기 한쪽에서 고성이 들렸다.
“그때 분명히 네가 나한테 그랬다니까!” “무슨 소리야 나는 기억도 못하겠는데. 내가 설마 그런 말을 했겠어.”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5학년 때 수업 끝나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데 내가 실수로 공을 놓치니까 네가 나한테 병신 같은 놈이라고 욕했다니까. 그때 내가 얼마나 기분 나빴는지 알아?”
용서는 이처럼 어렵다. 30년도 훨씬 지난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를 잊어버리지 못하고 평생 비수처럼 가슴에 꽂고 사는 이 친구의 경우처럼 말이다. 아침 출근길에 들은 아내의 핀잔을 저녁까지 기억하고, 직장 상사에게 들은 꾸중을 일주일 넘도록 잊지 못한다.
용서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용서를 어렵게 하는 장애다. 내게 상처를 준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용서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를 괴롭힌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이어나가기 위해 그를 용서하는 거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일단 용서하면 그때부터 자기는 아무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될까봐 용서를 겁내기도 한다.
과거는 한 조각도 변화시킬 수 없다. 현재라면 문제가 다르다. 곧 마음은 이미 다쳤지만, 그로 인한 괴로움을 덜겠다는 결심은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용서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이다. 다른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를 위한 행위다. 용서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유익은 더 이상 과거에 희생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 아닐까. 누구든 용서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용서받을 상황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을 용서하지 못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주님께서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셨다. 그분은 우리의 죄를 모두 용서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시기를 지내며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용서하는 기쁨이며 용서받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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