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23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를 비롯해 천주교창조보전연대, 탈핵에너지교수모임 등 탈원자력에 뜻을 같이하는 20여 명의 독일 탈원자력 견학단 일행과 독일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
14일 저녁, 독일 베를린 공항에 도착한 일행을 태운 버스는 시내에 위치한 숙소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모두들 차창 밖으로 시선을 두고 베를린 밤거리의 모습을 담으려고 애를 썼지만 보이는 것은 불 꺼진 상점들뿐이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서울 밤 풍경과는 달리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간혹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만이 사람이 사는 동네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오후 6∼8시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술집 역시 10∼11시면 거의 문을 닫는다. 오랜 세월 몸에 밴 독일의 에너지 절약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일정 중에도 곳곳에서 에너지 절약의 숨은 비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지하철 문에 달린 개폐 스위치와 건물마다 열이 새는 것을 막아주던 단열유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필요한 에너지는 꽉 잡아두고 필요 없는 에너지는 쓰지 않는다는 그들만의 철칙이 기자에게도 고스란히 체득됐다.
그리고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나름의 생활 속 에너지 절약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보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임에도 말이다. 실내 온도 낮추기, 쓰지 않는 방에 전등 끄기 등 눈에 보이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모두 가정에서, 직장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환경과 기후변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래 전부터 교회와 여러 환경단체에서 에너지 절약을 통한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작은 변화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 한다면, 이미 깊게 파인 ‘탄소 발자국’을 옅어지게 만드는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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