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교구 복음화국이 발표한 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신자들의 생명윤리 의식과 실천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설문조사는 몇 가지 점에서 한계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순전히 인터넷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설문 대상자의 선정, 즉 표본집단의 선정에 있어서 엄정한 의미에서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전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울러, 설문 대상 자체가 수원교구민들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한국 교회 전반, 혹은 천주교 신자 일반으로 확대 적용해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의 과학성과 객관성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함의는 몇 가지 기존의 과학적 설문조사의 결과들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며, 따라서 다시 한 번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들이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다른 사목 분야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지만, 특히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서 신자들의 인식 수준과 삶의 실천은 크게 유리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수원교구의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듯이, 낙태와 피임, 그리고 수정관 아기의 경우에 신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교회의 가르침과 자신의 삶의 실천이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약 70%가 인공피임과 시험관 아기 시술을 찬성, 혹은 조건부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심지어 임신중절 수술에 대해서 찬성 혹은 조건부 찬성한다는 응답 역시 20%에 달했다. 이러한 생명윤리 사안들은 모두 가톨릭교회에서는 절대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고, 특히 임신중절 수술은 살인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윤리적 악행으로 단죄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신앙과 실천의 심각한 괴리 현상에 대한 지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된 일이다. 하지만 생명윤리 교육의 강화를 위한 노력 등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괴리 현상이 계속됨에 따라, 보다 본격적인 사목 대책의 수립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태에 대한 솔직하고 대담한 파악의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조사들이 실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 충격적인 실상이 전체 교회 안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그러한 논의가 사목적 대안 마련으로 진지하게 이어지지는 못한 감이 있다. 문제를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교회 안의 생명윤리 실천 문제는 좀더 심각한 실태 파악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