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산책길 모퉁이에 언제 부터인지 누구에 의해서인지 모르지만 조그마한 나무 푯말이 하나 있었다.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 약자와 함께 고통을 나누며 물질에 신경을 쓰지 않고 겸손한 사제, 겸손하여 언행에 예의를 갖춘 사제, 성사집전을 경건하게 하고 강론을 경건하게 하는 사제, 편견과 편애를 멀리하고 후배양성에 마음을 쓰며 죽기까지 사제직에 충실한 사제…』
「평신도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제상」이란다.
복음이 하나의 요청인 이유는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각 시대 각 사람에게 적용시켜 살아가야 할 하나의 요구이기 때문인듯, 이러한 이상적인 사제상의 요청은 그런 모습이 없기 때문에 갖게 되는 신자들의 바람이려니…
이상이야 늘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요청으로 다가오는 것이기에, 내 나름대로 이상적인 군종신부상을 생각해 본다.
신자의 숫자에 기분이 좌우되지 않는 사제, 신분과 계급을 의식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전해주는데 시간을 고르게 할애하는 사제, 교구를 초월하여 원만한 사귐과 나눔과 섬김의 군종사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제, 인간적인 친교와 배려에만 만족하기 보다는 복음적 진실에 충실하려는 사제, 「사목적 배려」라는 이유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복음삼덕을 뒤로 미루지 않는 사제.
이상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난 언제 내가 만든 이 이상을 살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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