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단잠을 일깨우는 전화 벨소리!
『호송차 입니다』정문 근무자의 외침이 깊은 수면의 연못에 돌을 던지고, 허둥지둥 옷을 찾는 손길에 긴장감이 만져진다. 이 새벽에 누가 또 이곳을 찾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희미하게 떠올리며 숙직실의 불을 밝힌다. 번쩍이는 구청 호송차의 경광 등 불빛 아래 차문을 열자, 몰려나오는 음주만취된 걸인의 신음소리와 미간을 찌뿌리게 하는 지독한 악취.
날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의 뒤안길에 좌절하고, 삶을 포기한 이들의 실망과 고통, 침묵의 절규가 대구 광역 시립 희망원의 아침을 재촉한다.
이곳에는 시내를 배회하며 비럭질하는 걸인들, 생활고와 술에 찌들은 알콜 중독자, 집 잃은 각종 정신병·치매·환자들 등 약 1천6백여 명의 무의탁자, 행려병자, 생활보호 대상자들이 예수님의 사랑과 그분의 뜻하심을 받은 60여 명의 직원의 보살핌 아래 새로운 앞날을 꿈꾸며 생활하고 있고,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과 환경속에도 원생들을 위해 주님의 사도처럼 노력하고, 영육간에 조금씩 건강을 찾는 그들의 모습에서 직장의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나도 사회복지 분야를 처음부터 공부하고 연구해 온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우연히 이곳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작은 일이지만 희망원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나보다 어렵고도 부족한 이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다는데 기쁨과 위안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봉사하는 사회사업가들의 수고와 어려움 속에서도 피어나는 예수님의 사랑을 찬미하며, 그 분 사랑으로 힘차게 걷는 나의 길과 걸어온 길에 깔렸던 기쁨과 슬픔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죽음과 고통의 수렁텅이로…
나는 1984년 3월 5일 ROTO육군 장교로 임관한, 실망과 좌절 그리고 후퇴를 모르는 건강하고 자신만만한 젊은이였습니다. 임관한 그 날은 유난히 푸른 하늘과 귓가를 스치는 찬바람이 폐부 깊숙이 젊은이의 꿈을 울게 하였고, 두 손에 쥔 육군 참모총장 표창장과 목에 건 메달은 뿌듯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더욱 빛나게 하였습니다. 타오르는 젊음의 횃불은 활활 타오르며 2년 넘는 군 생활에서 더욱 타올랐고, 제대와 함께 입사한 직장에서는 뜨거운 활화산으로 용솟음쳤습니다. 그러나 쭈욱 뻗은 나의 길을 갑자기 가로막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순간이 나를 강타했습니다. 실로 눈 깜짝할 순간이었습니다.
『끼-이익, 꽝!』
그것으로 모든 것은 정지되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박 마리삐에르 수녀님의「반항아에게 주신 선물」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부터는 대구 광역 시립 희망원에 근무하시는 정용균(프란치스코 사베리오)씨의「내가 걸어가는 길」을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 부탁드립니다.
독자 글ㆍ시ㆍ만평ㆍ사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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