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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가던 중 집 근처 처마 밑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어떤 사람이 웅크리고 있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지만 미사시간에 늦을까봐 어떤 사제나 레위 사람처럼(루가 10,31 ~ 32) 그냥 지나쳐 버렸다.
성당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 사람은 잊어버렸고 그래서 그를 위해 기도도 하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사람은 신문지 한 장을 깔고 앉아 발을 말리면서 누가 주었는지 탱자만한 밀감을 추위에 덜덜 떨면서 먹고 있었다.
라면과 밥 한 그릇, 양말 한 켤레를 그의 앞에 놓았을 때 그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도 비굴한 웃음도 보이지 않고 자세를 바로 하더니 성호를 크게 긋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 이었다. 그 순간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그 무엇이 가슴을 꽉 메이게 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1 데살 5,16~17)라고 하신 말씀이 살아서 나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비록 걸인의 신세이지만 일용할 양식을 주신 주님께 떳떳하게 감사의 기도를 바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주님을 사랑하는 일인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있는가. 그러면서도 이 걸인처럼 진심으로 감사한 적이 있었는가? 주님을 목말라 하기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픈 욕망에 목말라 하지 않았는가」하고 내 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라』는 말처럼 감사하는 삶을 생활화 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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