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부탁한다고 한다. 좋은 말씀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한다. 좋은 모습 기대한다고 바라본다. 부담된다. 좋은 사람이라야 좋은 글과 모습이 있을텐데 …. 늘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다스려야 하는 나, 너, 우리.
그런데 타인으로부터 들려오는 좋은 말과 글과 모습이 자신을 잠시라도 잊게하거나 문제의 근본으로부터 벗어난 듯 착각할 수도 있기에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조심스러워질 때가 많다. 내 것이 아니면 네게 줄 수도 없고 또 받았다 한들 내 것이 아닌데 그것이 어떻게 내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겠는지 ….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적인 내가 다르다는 이중성 앞에서 고민하게 될 때가 많다. 특히 군종신부로 살면서 어쩌면「자신다듬기」를 게을리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구받음」이 적기에 애써 다듬어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도 적고 그래서 늘 초라한 자신 앞에서 비겁한 만족감에 휩싸인다.
『도전이 있어야 응전이 있고 그것이 역사 발전의 기틀』이라는 원리는 분명 사제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세상의 원리이며, 그렇다면 그 원리는 군종신부에게도 또한 적용되어야 한다.
도전받고 싶다. 누군가가 나에게도 좋은 말과 좋은 글과 옳고 바른 행동을 자꾸 요구해서 그 요구 앞에 부끄러운 나를 발견하고 아파하고 결국 다듬어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절박성 앞에 놓이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순간, 그런 요구가 있는 곳은 외부의 그어디에서부터가 아니고 내 안으로부터의 진실과 내 안에서 매 순간 숨쉬시는 하느님 바로 그분이시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또 챙피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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