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안또니오씨는 평소에 무난한 성품으로 별 탈 없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전례봉사도 하고 성지순례도 하며 딴에는 분주하게 산다고 생각하는데 성목요일밤 철야 성체조배 후 새벽녘에야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는데 꿈을 꾸었다. 그런데 꿈 속에 안또니오씨는 죽어서 저세상으로 갔다.
심판대에 섰는데 안또니오씨에 대한 기록이 적힌 노트 같은 것을 들고 나와 첫 장을 넘겨 보이는데 그 페이지엔 어떤 글씨들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그게 무엇에 대한 기록인데요?』하고 안또니오씨가 묻자 『네가 살 동안 네 행동으로 지은 죄를 모두 기록해 둔 거란다』한다.
『세상에! 내가 지은 죄가 저토록 많을 줄이야』하며 놀라워하다가 『다음장에는 뭐가 적혀 있을까?』하고 궁금해 하고 있는데 다음장을 넘기어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페이지보다 더 많은 글씨들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순간 안또니오씨는 「저건 아마도 내가 잘한 일을 적어 둔 것 일꺼야」하고 내심 생각하며 『그건 뭘 적어놓은 건데요?』하고 물었다. 『이것은 네가 살아있을 동안에 말로 지은 죄를 모두 적어놓은 거란다』한다.
그만 기가 팍 죽은 안또니오씨가 「좋은 것은 안 적어놨냐?」하며 『다음장에는요?』하고 재촉했다.
그러자 그 다음장엔 글씨가 몇번이나 덧씌여졌던지 거의 알아볼 수 없을만치 시커먼 면이 펼쳐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그것은 무엇에 대한 기록인데요?』하고 물었더니 『이것은 네 생각으로 지은 죄를 적어둔거다』한다.
안또니오씨는 이제 용기가 나지 않아 되묻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 장을 더 넘겨 보여주는 것은 이제 아예 새카맣게 칠해진 면이 펼쳐진다.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그것은 뭔데요?』하고 물었더니 『이것은 네 마음으로 지은 죄를 모두 적어둔거다』하고는 책을 덮더니 『자, 이러니 너는 어데가야 되겠다고 생각되노?』한다.
그만 앞이 캄캄해진 안또니오씨가 뒤로 벌렁 넘어지며 잠이 깨었는데, 그 해 부활절을 맞이하는 안또니오씨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성인의 모습과도 같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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