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아직도 대사(大赦)를 잘못 번역한 면죄부(免罪符)라는 부정적 말마디를 사용하며, 또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어원적으로 살펴볼 때 면죄부란 용어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것으로, 그 한자의 의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금전이나 재물을 바친 자에게 죄를 면해 준다는 부정적 뜻으로 중세 종교개혁 시기에 교황이 발행했던 증서라고들 하지만 전혀 근거없는 이론이며, 소위 면죄부의 원어(原語)는 라틴어 「인둘젠씨아(Indulgentia)」로 영어 「인덜젠스(Indulgence)」의 어원이 되는 것으로 「관대, 은사, 후하게 베풀어 줌」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이다. 따라서 현재 가톨릭에서 「널리 크게 용서해줌」이라는 의미의 「대사」는 매우 적절한 번역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대사」가 「면죄부」로 오역되어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어떤 연유일까.
「인둘젠씨아」란 용어가 번역되던 시기는 일본이 미국을 포함한 유럽 연합군과 상대해서 제 2차 세계대전을 한창 벌이던 때로서 일본 세계사 학자들이 소위 면죄부란 용어로 번역한 것을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치 않으면서 아무런 역사적 검증도 없이 일본의 세계사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일본 세계사 학자들이 「인둘젠씨아」를 「면죄부」라고 주장하며 오역하게 된 것은 1507년 교황 레오 10세가 베드로 대성전의 재건을 위해 모금을 시작할때 독일 지방의 알베르또 대주교가 대사를 받기 위한 교서를 발표하면서 고해성사와 7개성당 순례 등 조건을 제시한 후 마지막 조항으로 대성전 건축비로 응분의 헌금을 해야한다는 조건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알베르또 대주교가 보다 많은 헌금을 유도하고자 첫째, 둘째 조건을 실천한다는 조건하에서 먼저 헌금하는 이에게 헌금 수령증서를 주었는데 이 헌금 수령증서를 그 근거로 삼아 일본 학자들은 돈없는 자는 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식으로, 그리고 마치 죄 자체를 사면해 준다는 식으로 오해하며 매도하여 면죄부라는 용어로 오역한 것이다.
이제 적어도 가톨릭 신자들만은 대사를 면죄부로 부르거나 부정적 의미로 오해함이 없어야겠고, 번역가들은 철저한 어원적, 역사적 검증을 통해 올바른 번역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에서도 현재 중·고등학교 세계사에 표기되어 있는 면죄부를 대사로 고쳐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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