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쉴 사이 없이 전화 신호음이 울린다. 요양보호사 교육과정 신청을 받는 기간 내내 잠시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신청전화도 많지만, 문의전화는 더 많다. 교육비나 교육시간을 줄여 달라고 하시거나, 교육에 참석하지 않고 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분들도 적지 않다. 우리 교육센터는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고, 우리는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돌볼 어르신들께 대한 책임도 지고 있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다른 교육원으로 가신다. 참 고민스럽다. 교육과정을 지속하려면 수지균형을 맞추어야 하지만, 그것만 생각하다가는 본래 사명이 흐려질 수 있다. 그럴 때 묻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교육을 하고 있는가?”
인간 존엄성 존중은 교회 사명
가톨릭 사회복지 실천의 원칙은 하느님께서 인간과 모든 피조물을 좋게 보셨고 사랑하셨다는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서 고귀하다고 한다. 그의 존엄성은 “인간의 손으로 일하시고 인간의 정신으로 생각하시고 인간의 의지로 행동하시고 인간의 마음으로 사랑하신” 예수그리스도(「인간의 구원자」 8항)를 통해 온전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그 깊은 경탄”을 “복음”, 달리는 “그리스도교”(「인간의 구원자」 10항)라고 함으로써 인간 존엄성 존중을 교회 사명으로 보았다. 그 때문에 한국교회의 지역 교회법인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역시 사회복지를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사회공동체적인 활동”(222조 1항)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은 가톨릭 사회복지 시설?기관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인간의 존엄성에 잘 봉사하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①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유와 품위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8항).
② 모든 사람은 근본적으로 평등하다. 인간 기본권과 관련해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오는 모든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현대세계에 관한 사목헌장」 29항)
③ 사회복지활동에 있어 교회나 신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유혹도 피해야 한다(「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8항).
④ 세상의 모든 재화는 인간 모두를 위해 주어진 것이며 각자가 자신의 존엄성에 걸맞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정의의 요구에 따라 공평하게 각자에게 주어져야 할 몫(「현대세계에 관한 사목헌장」69항)이므로 그러한 도움을 마치 “사랑의 선물”인 양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8항).
⑤ 다양한 원인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입할 뿐만 아니라, 그 “불행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8항).
⑥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은 반드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는 데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8항).
⑦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주기 위하여 지원하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8항).
⑧ 가톨릭 사회복지 시설?기관은 가톨릭 신앙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인정하는 모든 사람 및 단체와 “역동적이고 지혜로운 협력”(「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27항)을 통해 “인류 가족”(「현대세계에 관한 사목헌장」 1항 외)의 일치를 드러내어야 한다.
⑨ 사회복지활동은 교회 전체의 사도직, 특별히 주교와 주교의 위임을 받은 성직자와 일치하여 수행되어야 한다(「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23-25항).
하느님 사랑 체험할 수 있도록
그래서 다짐을 한다. 우리 어르신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더 잘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꼭 필요한 것을 양보해서는 안 되겠다. 우리 교육에 참석하시는 분들께 이 교육과정이 자기 자신과 그 어르신들을 향한 그분들의 사랑과 존중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다. 장기요양 서비스가 갖추어야 할 품질을 소비자들께 널리 알림으로써 그분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겠다. 그리고 그 생각을 같이 하는 모든 분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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