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에 취재를 다니다보면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고 보다 의미 있는 부활을 맞이하려는 많은 신자들이 사순시기 동안 무언가를 ‘끊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담배를, 어떤 사람은 술을, 어떤 사람은 커피를, 어떤 사람은 TV를 끊는다. 그리고 단식재와 금육재를 통해 희생하며 모은 돈을 사순저금통에 차곡차곡 저금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 ‘끊기’란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무언가를 끊어본 사람이라면 그 고충을 안다.
생각한 일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큰 의지가 필요하다. 신기하게도 그 일이 옳은 일일수록 실천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리스도인에게 옳은 일이란 물론 하느님의 계명이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구구절절 옳은 소리요,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예를 들면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한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로 적용돼야 할 때는 의견이 갈라지거나 침묵해버리곤 한다. 낙태가 그렇고, 안락사가 그렇고, 사형 제도가 그렇고, 자살하게 만드는 사회가 그렇다. 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임에도 옳은 일, 즉 정의를 실천하는 데는 무관심하고 무지하다. 성경은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 2, 17)’이라고 가르치지만 정작 우리는 믿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느껴지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사회교리’다. 지난해 12월 주교회의는 사회교리주간을 선포하고 교육 자료를 제작,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지만 사람들에게 사회교리는 여전히 불편하고 거북한 존재인 듯하다. 하지만 좋은 일이라고 해서 모두 옳은 일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십자가가 무겁다고 버려둬서는 십자가 위에서 목숨까지 내놓으신 예수님의 뒤를 따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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