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십자가 아래 매달려 있다.
그림자 희미하게
침묵의 벽에서 스며 나온다.
내 안에서 피처럼
땀처럼
팔 벌린채
지워버리고 싶다.
내게서
되도록 멀리 물리치고 싶다.
아직 식지 않은 슬픔
눈시울 적시며
서서히 녹아 흐르는
입 맞추렴 앙상한 내 영혼아
휘장 뒤에 은밀히 감춰진
무수한 가시 가시들 작은 언덕같은
빛이 사라지면
오직 나무만 보일뿐
휑한 겨울거리를 끝도 없이
헤매이는 눈 먼 소년
여윈 목에 흔들리는 금빛열쇠.
바람 부는 묘지의 비문
아래 놓인
시든 장미 한 송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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