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이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정한지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생명의 날을 정한 이유는 『죽음의 문화를 주목하고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이루기 위한 모두의 책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힌바 있다. 곧 생명의 날은 생명을 거스르는 모든 반(反)생명적이고 비(非)생명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생명을 원래의 천부적 가치대로 지켜나가자는 취지임을 알 수 있다.
오늘 우리의 주변을 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생명을 죽이고 위협하는 사건과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쟁과 각종 테러행위, 폭력, 대형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또한 무분별한 낙태, 성감별에 의한 여아 살해, 다 태아 임신 경우 셋 이상의 살해, 그리고 인간 배자실험에서 죽어가는 생명체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이밖에도 생명을 거스르는 사례는 또 얼마든지 있다. 매년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자살, 안락사, 사형제도, 그리고 생명을 점진적으로 죽음에로 끌어가는 마약, 범죄, 여기에다 인간의 장기(贓器)마저 사고 파는 행위 등은 우리 사회 죽음의 문화가 어느정도로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러한 우리 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생명과 사랑의 문화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우리 교회가 생명의 날을 정하고 그 중요성과 의의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올해 제2회 생명의 날 담화에서 우리 신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실천지침이 제시돼있지 않아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우리가 생명의 날에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은 인간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신성불가침의, 단 1회적이며 절대적 가치를 지닌 고귀한 존재임으로 생명에 위해(危害)한 어떠한 것도 단호히 배격한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갖는 일이다. 또한 나의 생명이 그토록 소중하고 귀한만큼 남의 생명도 나와 똑같이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임을 명심할 일이다.
이와 함께 우리 교회가 벌이고 있는 각종 생명보호 활동이나 프로그램들을 보다 더 널리, 적극적으로 이 사회속에 홍보하고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우리 모두의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가 「생명의 날」까지 정해 생명의 존귀함을 역설하는 일이 홍보나 노력 부족으로 성과를 못거두는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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