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닐라-세부-오자미스!
필리핀의 남쪽 민다나오섬에 있을 때 그곳에서도 유난히 높은 산에 드문드문 집을 짓고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만났던 것은 나에게,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은 묵상을 하게 해주었다.
버스로 세 시간-트럭으로 갈아타서 1시간30분-수녀원으로부터 8시간을 맨발로 진흙밭을 걸으며, 사이사이에 외 대나무 다리가 놓여있는 강들을 따라 그들을 찾아가 보니, 흔한 바나나 두개로 하루를 지내고, 수많은 병자들과, 맨발과 해지고 없고 옷가지들, 돼지보다 더 싼 것이 사람의 생명이었다.
필리핀 사람 중에는 굉장한 부자도 많은데 왜이리 빈곤한 걸까?
나는 8시간의 행군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았다. 아름다워 보이는 산은 나무가 없다. 민둥산이 되어 비 한 번에 모든 것이 진흙 속에 묻혀버린다.
코코넛, 바나나 등 풍부한 과일이 있으나, 그것은 대기업의 독점사업일 뿐이다.
한국의 좋은 자재가 이들을 진흙 속에 묻었고, 바나나가 값쌌던 것이 이들의 노동력 착취임을 알았을 때, 나는 얼굴이 확달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하여 나는 현대사회의 빈곤한자는 구조적인 힘에 대항할 수 없고, 더 큰 빈익빈 부익부를 만들어 가는 것을 알았다.
아픈 가슴을 안고, 안녕하고 돌아오던 길에 내 안에서 쟁쟁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우리의 부르심은 모든 민족을 위한 하느님의 돌보심을 의식하며, 폭력 불의 죽음 한가운데 평화를 건설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여 살며 착취와 인간의 품위를 거부당하는 여성의 품위와 위치를 인식하고, 황폐의 위협을 받는 지구를 돌보는데 자신을 투신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