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가 경로효친(敬老孝親)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한 특활과제를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해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5월17일부로 낸 건의서의 요지를 보면 첫째 초등학교 5, 6학년생에게 특활활동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이웃의 노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그 생활체험을 제출케해서 도덕교육 배점에 반영하고 둘째는 평상시 교육내용에도 경로효친 중심의 도의교육을 특별히 강조해줄 것 등 두 가지이다.
한국평협의 대정부 건의내용을 대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움과 또 한편으로는 인위적 효의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앞선다. 이 건의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볼 때 그렇다.
한마디로 어버이에 대한 효가 교(敎)의 근본인데 우리의 교육에서 언제부터인가 이 근본이 날아가고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라는 목표에 직결돼있어 인간교육, 인격형성 등의 본래 목표는 찾기 어렵게 되었다. 날로 심해지는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는 이웃 어른에 대한 공경이나 심지어 자기 어버이에 대한 효도마저 어렵게 만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못된 자식들의 어버이 폭행이나 살해행위, 노인들에 대한 몰인정이나 부당한 대우 등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어 한국평협이 경로효친을 초등학교에서부터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교육의 책임자들이나 다른 종교들에 앞서 한국평협이 이 건의를 하게된 것은 때가 늦긴 했지만 오래전부터 전개해오고 있는 신뢰회복운동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경로효친사상 교육을 점수와 연결시킬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내지는 부정적인 요소이다. 왜냐하면 이미 중고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봉사활동이 형식적이고 점수따기 위한 통과의례적 행위로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경로효친의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정에서 부모들부터 솔선수범하는 일이다. 자기 집안에서 효도와 경로를 보고 배우지 못한 학생이 학교에서 그것을 제대로 학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시 가정의 역할이 최우선적일 수 밖에 없다.
교육부에서는 하루속히 한국평협의 건의를 받아들여 위기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도의질서 회복에 심혈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명심할 일은 인간이 바로 서지 못하면 그 어떤 교육도 인간과 사회를 망칠 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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